일흔고개 임관철의 파미르-실크로드
에필로그 : 중앙아시아 4국 탐사를 마치며
꿈과 두려움을 안고 떠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
여러 번 해외를 다녀왔지만 주로 업무 관계의 방문이었다. 대부분 통역과 가이드가 있었고, 계획대로 하는 여행이었다. 이번 중앙아시아 자유 여행은 간단한 여정만 알고 출발했다. 날마다의 기록을 다짐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힘들어 포기하고 일정만 달력에 간단하게 기록했다.
물자가 풍부하고 사람 살기 좋은 곳은 인구밀도가 높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을 보통 황무지라 일컫는다.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에 위치하고 동서 교류의 중심이어서 많은 민족들이 섞여 사는 중앙아시아는 험준한 산맥과 고원, 사막 등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곳이다. 소비에트 연방 때 여기 넓은 땅을 개간하고 민족반란을 예방하기 위해 고려인을 비롯한 많은 소수 민족들은 강제 이주시킨 땅이다. 인위적 이주는 중요한 요충지인 이곳에 더 많은 갈등의 요인을 만들었다.
인류가 원하는 보편적 가치란 자유, 평화, 평등, 사랑, 생명, 정직, 신뢰 등이다. ‘강대국들은 보편적 가치를 거론하지만 자기들이 유리할 때만 사용하곤 한다.’ 머리말에 썼던 내용이다. 국가와 민족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국가 사이에 힘이 변동될 때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힘센 나라들에게 복속되었다가 독립하기도 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독립 후 네 나라는 각기 새로운 각오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확실한 기반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와 관련한 것을 중심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특히 언어 계통에서 타지키스탄어만 유럽인도어족에 속하고, 카자흐스탄어, 우즈베키스탄어, 키르기스스탄어는 투르크계 언어로 우리나라와 같은 알타이어계여서 어순이 같다. 우리 민족인 고려인 3~4세들은 30여 년 전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할 때 주로 러시아어로 생활을 하여 한국어 보급이 늦어졌다. 그러나 한국의 발전으로 고려인은 물론 자국 언어를 사용하는 중앙아시아 각 민족들도 유학, 문화, 무역, 노동, 관광 등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성공의 지름길이 되었다. 한국교육원과 세종학당 및 많은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한국어 열풍이 대단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었다. 우리는 고난의 역사 속에서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었고 실천했다. 한국은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폐쇄적인 나라들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퇴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여행으로 동서양의 문화 교차로에서 생생한 역사를 대강 체험하였다. 중앙아시아의 나라들도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선택하였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큰 힘을 더하고 있다.
정신없는 일상 때문에 시간에 쫓기며 힘들어 하거나, 변함없는 일상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광활한 대자연 여행과 역사 여행은 무기력하고 우울한 일상에 변화와 생기를 준다. 음식과 더위, 체력 때문에 힘들었지만 색다르고 행복한 중앙아시아 여행이었다.
인생은 여행길이다. 경제력과 체력만 갖춰진다면 또 다른 오지 여행을 하고 싶다.
그동안 연재기행문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