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고개 임관철의 실크로드 - 파미르
키르기스스탄(2) – 중앙아시아의 등불
고원의 호수, 그 옆 유르트에 쏟아지는 별 (사진)
키르기스스탄은 호수가 많은 나라다. 이시쿨Issyk Kul(유역길이 6,200km, 면적 1738㎢, 수면 높이 1609m, 최대수심 279m)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로 열해(熱海)라고도 하며 바다가 없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주위 텐산산맥에서 물이 들어오지만 나가는 출구는 없는 호수이다. 염도도 6%로 약하다. 멀리 높은 천산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이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평야의 비옥한 토지에는 많은 작물을 기른다.
우리 일행은 한여름 구름과 겹쳐 있는 높은 산의 만년설(雪)를 바라보며 수영을 했다. 파라솔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5~6살의 아이가 옥수수를 판다. 50숨(800원)을 주니 4개를 준다. 너무 싸다 생각하며 옥수수를 먹었다. 멀리서 옥수수를 팔고 있는 엄마를 돕는 모양이다. 엄마에게 무엇인가 꾸중을 듣는 것 같더니 다시 와서 무어라고 말을 한다. 돈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이곳의 옥수수는 덜 여문 것을 팔고 덜 익혀서 먹는다. 맛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2개를 반납했다. 그 아이는 말없이 옥수수를 받아 갔다. 이 뜨거운 햇볕 아래 엄마를 돕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짠했다.
나른으로 가기 전에 송쿨(Song Kul 송은 버금, 쿨은 호수)호수 유르트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이시쿨에서 송쿨까지는 계속하여 오르막이다. 가파른 고갯길을 지났나 하면 다시 언덕길을 넘고 가파른 고갯길이다. 희박한 산소 탓인지 지친 우리들과 함께 성능이 좋은 차도 가끔 엔진과열로 쉬면서 나아갔다.
험준한 산들 사이의 계곡을 따라 난 길의 풍경은 신비로움의 극치로 우리는 연달아 탄성을 내질렀다. 멀리는 만년설을 간직한 높은 산들이 이어지고 있었고, 물이 없어 황무지인 산들은 태초의 원시 모습이었으며, 평평한 곳의 푸른 초지들은 냇물을 안고 있었다. 초지가 있는 곳은 소, 양,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가끔 목축을 하는 사람들의 숙소인 유르트(몽골의 게르와 비슷한 천막집)의 이국적인 텐트도 보였다. 이곳 가축들은 차를 무서워하지 않아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았다. 이런 것을 처음 보는 우리들은 신기하여 연신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면서 6~7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는데도 힘이 들었다. 이 비단길을 옛 상인들은 몇 달, 몇 년을 걸어서 다녔으니 그들의 고행을 이런 알량한 여정으로 어찌 알기나 하겠는가.
송쿨(면적 270㎢, 수면 높이 3016m, 최대수심 13m)호수는 주변의 낮은 산들에서 내려온 시냇물들이 모여 이루어졌는데, 해발 3000m의 고도에 있는 호수로 11월~5월은 얼어 있다. 이 호수를 시발점으로 거센 물결의 나른강은 카라강과 합쳐서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세 나라가 접경한 페르가나 계곡에서 르다리아 강을 이뤄 아랄해로 향한다.
송쿨의 아름다운 경치는 늘 변한단다. 호텔 이름이 붙는 유르트는 지하수가 있는 곳에 있다. 여름 한철 주로 6월~8월에만 여는 이동식 텐트 숙소다. 호수 주위에는 넓은 초원이 있어서 많은 가축들이 풀을 뜯으며 한가롭게 이동하고 있었다. 야생화가 가득한 이 초원에서 알프스에서도 보지 못했던 하얗게 핀 수많은 에델바이스를 보았다. 옆 유르트에 머무는 스위스 여행객에게 물어보니 에델바이스가 맞단다. 휴대폰으로 영화에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옛 추억의 감상에 빠졌다.
이곳에서의 기대는 일출과 일몰이고, 밤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는 것이다. 검은 대지에서 보는 일몰은 붉은 해를 중심으로 물든 구름과 밝았던 호수가 차츰 검붉어지다가 어두워지면서 막을 내렸고, 별들이 하나 둘 빛나기 시작했다. 태양광 등이 고장 나고 그나마 그믐쯤이어서 지상의 불빛이 거의 없었다. 전기가 없던 유년 시절 눈을 가늘게 뜨고 별을 찾았던 것처럼 별들을 찾아보았다.
태초 억 만년 만년설 흐른 물 받아
포근하게 감싸 안은 보금자리 송쿨 호수
해발 3000 한여름 별들은
반 백 년 잊고 지내던
초가집 모닥불 피우던 마당이어라.
저녁밥 대신 받은 옥수수 한 개
호호 불며 한 입 먹고
엄마별, 아빠별, 내 별, 형님별, 누님별 …
옥수수 알보다 많은 별 세다가 잠들었던 그 옛날
천만리 떨어진, 반 백 년 지난 송쿨
엄마별도 아빠별도
하늘 끝 어디에서 보고 계실까.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