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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실수, 한 번의 시도 중계복지관 POP반

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기사입력 2026-05-0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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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시도 중계복지관 POP

중계복지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POP반이 개설되었는데, 신청하겠냐고 물었습니다.

한 달 전에 한문 서예를 포기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한문 서예는 조금 익숙하기도 하고 붓과 벼루도 있어서 쉽게 생각했는데, 첫 수업을 하는 날 그만 맨붕이 오고 말았습니다. 출석한 어르신들은 모두 몇 번씩 개인전을 여신 서예의 대가였습니다. 강사님도 40년 넘게 붓글씨를 써오신 국전 초대작가라고 하셨습니다. 붓에 먹을 묻히기도 전에 갑자기 바보가 되었습니다. 1시간이 한나절만큼이나 길고 두려웠습니다. 1주일 뒤 두번째 수업이 있는 날, 별수 없이 전화했습니다.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으니 다른 분을 채워달라고 말입니다.

복지관 전화를 받고 지난번 일을 말씀드렸더니 신청하신 분들과 준비물을 잘 알려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듣는 POP 분야는 낯설고 조심스럽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지난번처럼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고대에는 물건이나 동식물의 형태를 본딴 상형문자가 소통 수단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생활에 물물교환 같은 거래가 등장하게 되자 상형문자들은 암호와도 같은 특별한 기능을 하게 되었는데, 상거래가 발달한 로마에도 문맹이 많았던 터라 가게마다 그런 상형문자들이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동굴 벽화나 암각화, 토기 문양 등에서 발견되는 그런 상형문자들이 21세기에 들어 POP(Point of Purchase)로 진화했다고 합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것이 바로 K-뷰티의 촌철살인 같은 화장품 광고라고 했습니다. 뾰족하고 자극적인 초고속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솜씨들은 인상파의 감성을 번지게 하고 수채화처럼 맑은 쉼표가 됩니다. 자판을 두드리자마자 모니터에 나열되는 글자보다 손으로 쓴 스케치북의 그림문자는 정서와 개성의 공감에 탁월합니다. 단골집 메뉴판에 붙어 있는 손 글씨와 앙증맞은 그림들은 음식의 풍미까지 내뿜어 저절로 선결제하게 합니다. ‘매혹하지 않으면 광고가 아니다.’라는 말에도 POP의 솜씨가 더해집니다. POP는 물건의 설명을 넘어 그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포근한 감상이 된 것입니다.

첫 수업은 선긋기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POP로 쓴 선생님의 말씀에 힘을 얻습니다. “3마리를 개사하여 손가락 풀기 연습을 했습니다. 손목을 돌리지 말고 팔을 수평으로 하면서 어깨로 그려야 됩니다. 그런데 납작한 매직펜이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손가락에 관절염을 달고 사시는 분도 있고, 안경 너머가 침침한 분도 있습니다. 일단 해보고 나서 하겠다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시작은 늘 새로운 기대에 설렙니다. 자신은 없는데 너무너무 잘 하신다.”고 칭찬 일색입니다. POP는 처음이지만 사실은 낯설지 않습니다. 오가며 봤던 것들이고, 나도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자가 없던 그 옛날의 그림들이 초고속 디지털 시대에도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은 참 신통합니다. 그런데 10월까지 잘할 수 있을까요? 그때가 되면 우리가 모두 멋진 POP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같은 반 어르신들과도 더 친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한동네에 사는 초보 아날로그 POP반입니다.

노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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