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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 튀밥과 뻥튀기

기사입력 2025-11-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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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살아있는 가을의 전설 - 튀밥과 뻥튀기(251121)

금요일마다 서는 중계주공2단지 알뜰장에는 뻥튀기 장사가 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밌겠어요?” “뭐가 재밌어요? 일이 많은데!” 아주머니는 내 말이 싫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묵은쌀 2되를 맡겼습니다. 너무 달지 않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2시간 뒤에나 오라고 합니다. 나보다 먼저 맡긴 주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소가 쟁기질하던 시절에 가물에 콩 나듯 오는 튀밥장수는 온 동네 조무래기들을 다 불러 모았습니다. 손수레에 싣고 오는 시커멓게 그을린 튀밥기계와 철망은 경운기가 나오기 전까지 최신기계였기 때문에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습니다. 호롱불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기계를 달구는 카바이드 불꽃은 또 얼마나 강렬했는지 모릅니다. 쌀이 귀한 동네라 보리나 싸라기, 강냉이를 튀기는 형편이지만 소리와 동시에 자욱한 김을 헤치고 철망 안으로 뿜어져 나오는 튀밥은 정말 푸근했습니다.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았던 조무래기들이 우르르 철망 밖으로 떨어진 튀밥으로 몰려듭니다. 고소한 냄새에 사카린을 조금 넣은 달달한 튀밥은 먹을 것 없는 아이들이 두고두고 아껴먹는 고급간식이 되었습니다. 서울에 올 무렵 동글납작한 뻥튀기 기계가 나왔고, 요즘은 작은 트럭이 리어카를 대신합니다. 카바이드도 LPG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고온고압의 알곡이 그렇게 팽창되는 신통한 과학을 나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합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6천원을 내고 튀밥 한 자루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튀밥은 묘합니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손이 자꾸 갑니다. 지난번에 튀긴 것도 1주일 만에 다 먹었습니다. 이번에도 잘 튀겨졌다고 칭찬하면서 아껴먹자고 했습니다. 그래도 자꾸만 궁금해집니다. 그 시절의 고만고만하던 조무래기는 어느덧 어엿한 시니어가 되었습니다. 다르지 않은 옛날의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아내랑 도란도란, 우리의 가을이 깊어갑니다.

노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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