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23 15:10

  • 연재물 > 어르신

홀로 운동하다 생기는 일 - 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기사입력 2026-08-07 12:19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홀로 운동하다 생기는 일(260802)

새벽에 운동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신재옥 선생이 뭔가를 말하고자 하는 눈치였습니다.

엊그제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왜 경찰을 불렀어요?” 나도 짚이는 것이 있어서 먼저 운을 뗐습니다. 그날 신재옥님은 원암유치원으로 내려가는 음바위 아래에서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는데, 나는 앞에 가는 아내를 뒤따르느라고 그의 뒷모습만 보고 그냥 갔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달려갔을 때 경찰아저씨, 빨리 오세요.” 또 그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입니다.

신재옥 선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불쑥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웃통을 벗어젖히고 반바지만 입은 사람이 숲속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 이분은 며칠 전부터 웃통을 다 벗고 둘레길을 마구 뛰어다니는 사람인데?” “맞아요! 새벽에 그렇게 뛰어다니던 사람이에요.” “심폐는 하셨어요?” “말은 하지 않는데 숨을 쉬고 팔을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죠!” “연세는 한 70쯤 되어 보이죠? ~! 큰일 하셨네요. 한목숨 살리신 거예요.”

우리는 공룡바위를 떠나 걸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첫날은 웃통을 다 벗고 검은색 핫팬츠만으로 돌계단을 뛰어 내려오더라고요. 아주 건강하고 힘차게 달렸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분을 발견하셨어요? 사람들이 다니지도 않는 영신봉 둘레길 윗길이잖아요.” “낙석주의 구간이라 통행 금지된 곳인데, 사실은 나도 그 길을 가끔 가거든요. 전망도 좋고 시원하고 사람들이 없어서 좋아요.” “그래도 홀로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이 없는 곳에 혼자 가는 것은 조심하셔야지요.” “그래요. 조심해야 되겠어요. 멧돼지도 나오고, 혼자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방법이 없잖아요?”“그러니까 나이들면 무엇이나 과신하지 말고 조심해야 된다니까요.”

우리는 묻고 답하면서 음바위에서 헤어졌습니다. 앞에 가는 아내를 따라잡아서 백사말까지 가며 우리가 나눴던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뉴스에 나올만한 일이라고 아내도 새삼 놀랐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에도 조심해야 하는 몸이라고 농담할 때가 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그 지경이라면 우스개처럼 그런 말을 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사람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더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해 전부터는 온열환자라는 말이 열사병을 대체했는데, 올여름에는 폭염중대경보라는 기상용어가 새로 생겼습니다. 폭염과 열대야에 온열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느니, 양산이 42도를 넘어갔다는 뉴스를 보다가도 화면이 바뀌면 그것은 남의 일처럼 넘어갑니다. 그런데 자주 보던 사람이나 건장하던 사람이 무리해서 한순간에 무슨 일을 당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되면 그 충격이 오래갑니다. 노인이 쓰러진 그곳은 몇 년 전까지 겨울에도 비닐 천막을 치고 투병생활을 하던 분들이 해바라기하던 곳입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무사히 깨어나셨을까? 치료는 잘 받으셨을까? 오늘은 그분을 볼 수 있을까! 아내와 운동을 가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한사코 조심하라고 매미들이 새벽에도 폭염을 달달 볶아댑니다.

노원신문

 

1131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