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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전쟁 물가 - 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기사입력 2026-04-0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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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밥상머리 전쟁 물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4년째 계속되는 중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한 전쟁이 터진 지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들이 약하고 만만한 나라를 때리는 것입니다. 국제 조약과 세계 평화 같은 것들은 강대국 앞에서 속수무책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습니다. 최첨단 무기와 AI 기술자들이 주도하는 우주대전은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파괴력도 천재지변을 능가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평은 많지만 정의나 평화나 윤리는 없고 결정권을 쥔 이들조차 언제 끝낼지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기가 겁이 납니다. 전쟁은 먼 곳의 일인 줄 알았는데 또 하나의 ‘'팬데믹으로 세상을 위협하고 우리의 안방을 점령합니다.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면 뉴스보다 더합니다. 물가는 장바구니를 뒤흔듭니다. 공산품은 말할 것도 없고 농수축산물과 과일과 채소도 날마다 금값입니다. 한 푼이라도 싼 주유소는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몰리고 웬 쓰레기봉투까지 사재기에 들어갔습니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는 과일과 생선과 채소도 벌써 오른 가격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날마다 세일이라고 싸구려를 외쳐도 다들 주춤주춤합니다. 감자와 고구마, 그리고 채소와 끝물인 딸기를 부둥켜안은 계산대의 줄이 구호품을 사는 것처럼 맥이 풀려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국제 환율이나 주가등락 같은 것들이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이야말로 내 삶에 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내 삶의 반영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

나는 아내와의 통화에서 전쟁 물가를 더욱 체감합니다. 바나나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더니 다음에 사라고 합니다. 바나나는 금세 검은 반점이 생기니까 다 먹고 나중에 사라는 말씀입니다. 나는 더 오르기 전에 사 놓자고 했는데, 아내가 전화를 뚝 끊었습니다. 이번에도 아내가 옳습니다. 그러므로 사과라든가 물 건너온 것들은 물어볼 여지도 없습니다. 나는 또 작아진 밥상머리에서 전쟁 물가를 실감합니다. 아내는 잊고 있었던 젓갈과 딸이 가져온 간장게장을 꺼냈습니다. 내게는 둘 다 밥도둑이라 곰삭은 냄새만으로도 손이 절로 갑니다. 다른 것들은 절약됩니다. 그런데 짜게만 먹는 것이 꼭 비결은 아니겠지요?

아내의 생일날 딸과 사위가 손자들을 태우고 왔습니다. 손자들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10분 만에 불암산 뒤 장어의 꿈으로 직행했는데 2시간 반을 카페에서 대기했습니다. 장어를 먹고 나서 커피가 아닌가? 뭐가 거꾸로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기다린 만큼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활짝 핀 목련꽃 사진을 몇 장 건진 것입니다. 굽기만 하던 사위도 어제는 오래오래 잘 먹었습니다. 손자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아내와 딸이 다 먹였습니다. 케이크의 촛불을 끈 아내는 마지막 결제까지 그 책임을 다했습니다. 집에 와서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목련으로 바꾸고 사위는 꽉 찬 데스크탑의 ‘C-드라이브를 비워주었습니다. 딸은 브루투스를 개통해서 헤드셋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우이천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손자들과 눈처럼 날리는 꽃길을 한껏 돌아다녔습니다. 벚꽃이 반짝이는 우이천은 살아있는 인상파의 향연입니다. 개관을 앞둔 우이마루도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노을이 지기 전에 자주 가는 짬뽕관에서 중화요리로 만찬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계산을 했습니다. 부활절 주간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와 사랑의 부활이 오시기 바랍니다.

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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