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107호 사설
한국을 선진국으로 이끈 세계화의 종말
미국우선주의에 봉착한 동맹의 미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해 세계 무역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5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과 관세 등 경기 하방 요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간 무역이 글로벌 무역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7097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 6위 규모이다. 이에 따른 흑자도 약 78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전쟁 폐허 최빈국에서 출발해 196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 짧은 기간에 고도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어 ‘한강의 기적’을 보여주었다. 저유가·저금리·저달러 등 3저 호황으로 88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선진국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선진국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고도성장의 배경은 냉전 이후 세계가 분업하고 협력하는 세계화 시대였다. 소련이 무너지고 난 다음부터 국가 간 장벽이 낮아지며 상호 의존이 깊어져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요구되었다. 선진 기술이 저개발 국가로 이전되고, 시장을 개방해 저렴한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당시는 미국의 경제, 국방, 기술이 세계를 지켜줬다.
그런데, 미국이 달라졌다.
트럼프는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보호무역, 자국 우선주의, 반세계화에 나섰다. 동맹에게도 관세 폭탄에 방위비 분담, 미국 내 직접 투자요구까지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석유를 차지하겠다고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을 납치하고,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Golden Dome)'에 필요하다고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고 한다. 이를 방해하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동맹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는 66개에 달하는 유엔 안팎의 국제기구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마차도의 노벨평화상조차 차지해 세계최고상의 권위를 무너트렸다.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하고 편했던 시대는 끝났다.
냉전의 양극동맹이 군사적 긴장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극체제가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문제를 적절하게 관리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환경, 인권, 기후 등 다가오는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자주의가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유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일방적인 결정과 필요시 물리적인 수단까지 활용해 목적을 관철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전과 달라진 각자도생의 시대에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과 협상한다. 왜? 미국에 돈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기반한 우리의 경제체계도 위기에 봉착했다. 핵위협으로부터 국토를 지키려면 동맹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성조기만 흔든다고 해서 평화를 지킬 수 없다. 트럼프와 미국을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 미국의 전환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트럼프는 공화당 우파를 대변해 워싱턴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자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트럼프 정치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마가운동을 기반으로 한 신우파 엘리트들의 구조적 권력 재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