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시 하나30
늙은 호박
박덕규 노원문인협회 회원
싸리 울타리 밑
늙은 호박
한밤중
고쟁이 내리고 앉아
작은 일 보다 들킨
이웃집
과부댁
달빛 궁둥이
-노원문화재단 시창작교실 동인지 『마들서정』
관광버스가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댔다. 사람들이 내렸다. CCTV를 봤는지 어디선가 “0000번 버스 빨리 이동시키세요.” 안내방송이 거듭되었다. 버스 옆에 앉아 허연 궁둥이를 노출했던 여성들이 몹시도 당황했다. 10년 전 들은 실화다.
얼마 전, 중국사람들이 무비자로 관광와 노상방뇨 했다는 영상이 방송됐다. 분노와 불쾌감, 혐중의식이 묻어났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도심의 상점거리 건물 화장실은 개방해야 하는데 다들 잠근 상태다. 공공기관, 공원, 백화점 말고는 나머지 어느 건물에 개방화장실이 있는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모른다. 화장실 접근성 부족도 문제인 것이다. 우리 아파트 화단에도 급하게 볼일 본 무더기가 조치를 기다릴 때가 있다. 분명 개의 것은 아니다.
이 시를 읽으면 시골 고향에 대한 기억과 달밤의 정취가 소환된다. 달빛 비치는 담벼락에 늙은 호박의 모습이 간결하게 잘 묘사된 시다. 아낙네의 궁둥이와 늙은 호박의 둥두렷한 모양이 많이 닮았고, 늙은 호박과 아낙네의 넉넉하고 푸근한 속성도 닮았다. 노상방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없다. 여성도 자신의 궁둥이를 흘끔 봤다고 날카롭게 대응하진 않을 것 같다. 타자에 대한 달빛처럼 관용적이고 부드러운 태도가 시 전반에 깔려있고, 시인의 개성은 은은히 드러나 있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