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키우는 나비천사
불암산 나비정원 송예빈 주임
“뱀도 나비도 편히 살 수 있는 자연서식지 필요”
“뱀은 안 물어요. 우리나라엔 공격적인 뱀이 별로 없어요.”
불암산 나비정원에 종종 뱀이 나타나 관람객을 놀라게 한다. 그래서 관리센터에 신고하고 나면 또 놀랄 일이 벌어진다. 젊은 여직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울 일은 장비도 없이 와서는 맨손으로 덥석 잡아 통에 담는다.
그 주인공은 뱀 키우는 나비천사 송예빈 주임이다. 며칠 전에도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새끼 누룩뱀을 잡아서 나비사육실에서 키우고 있다. “공원에 나타난 뱀은 잡아서 불암산으로 돌려보내요. 그러면 다시 나타나는 녀석도 있긴 한데, 이 뱀은 그대로 돌려보내면 생존이 어려워 보여서 먹이 줘서 조금이라도 체력을 보충해서 보내려 해요.”
송예빈 주임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2월 ‘365일 나비가 날아다니는 불암산 나비정원’에 와서 나비를 키우고 있다. 나비정원을 찾아오는 어린 학생들과 생태교육과 표본제작도 함께한다.
“나비는 번식기는 따로 없지만 전 생애가 길어야 2~3개월이에요. 알에서 깨어나 번데기가 되고 우화하면 나비가 되는데, 길어봐야 한 달 정도밖에 못 살아요. 그때 번식하는 거죠. 온도에 따라 번식을 하는데 나비정원 온실은 항온 항습에 먹이식물로 번식조건을 맞추어 365일 나비가 날아다니게 됩니다.”
송예빈 주임은 서울여대에서 생태학을 공부했는데‘양서파충류’가 전공이다.
“다들 동물 좋아하잖아요. 저도 동물들의 서식지를 지켜주자고 생태학을 공부했어요. 파충류는 귀여운 친구들인데 사람들이 징그러워하는 게 속상했어요. 그래서 내가 먼저 뱀과 친구가 됐어요.”
상계동 아파트에서는 키울 수 없어 포천 본가에 따로 사육방을 두고 8종 70마리의 뱀을 키우고 있다. 친구나 친지들이 놀러 오면 뱀들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파충류를 조금 더 친근하게 만나도록 하는 것이 보람이라고 한다.
“뱀은 냄새가 안 나고, 피부감촉도 좋아요. 매일 본다고 해서 뱀이 친분관계를 인식하지는 못해요. 그런데 먹이 주는 사람인 건 인식하는 것 같아요. 내가 다가가면 반기듯 움직이기는 해요.” 뱀은 살아있는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동물이지만 요즘은 먹이로 판매하는 것이 다양해서 사육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번식을 앞두고 체력 비축이 필요하면 잠을 재우지만 동면에서 못 깨어나는 경우도 있어 온도조절장치로 사육방 환경을 유지한다.
“우리나라에는 공격하는 뱀이 많지 않아요. 인기척이 나면 먼저 도망가죠. 살모사는 잔뜩 웅크리고 있는데, 낙엽과 색이 같아서 사람들이 모르고 다가오니까 무는 거죠. 그게 살모사에게는 최선의 방어인 거죠.” 11월부터 자연상태의 뱀은 모두 동면에 들어가니까 산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평균 수명이 10~15년인 뱀에 비해 나비는 2~3개월에 불과하니까 번식이 매우 까다롭다. 연약한 곤충이라 알에서 나비까지 온전히 성장하는 경우는 30~50% 정도이다. 기생벌의 공격을 당하면 사육실 전체가 파탄난다.
“우리 나비정원은 365일 나비를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인근에 힐링타운도 있으니까 쉬면서 생태를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나비정원에 파충류를 도입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요. 박제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전시회도 열어보고 싶어요. 교통도 편하니 많이 찾아오세요. 특히 아이들이 와서 많이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