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40여년 일하고 퇴직 후 5년
허송생활하지 않는 삶의 이야기
당고개에서 오이도까지 달리는 지하철 4호선 기관사로 일하다 지난 20년 12월 30일 퇴직한 윤영록님은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동네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다.
중계4동 주민자치회에서도 일하고, 자전거살피미단. 재난안전도우미, 자율방재단, 어르신동년배상담사 등으로 활동하며 봉사에 필요한 것을 더 배우려고 수락노인복지관까지 걸어다닌다.
“78년 11월 18일 철도청 기관조사로 입사해 42년을 일했는데 또 일해야 하나. 퇴직하면서 경제적으로 불안하니까 다들 엄살떤다. 이것저것 자격증을 따기도 하는데 다 써먹지 못하는 거다. 새로 배우기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동네에서 봉사하며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밤낮없는 생활이 힘들어 결혼 후 신분상승을 위해 3년 고시공부도 했었다. 서울지하철에는 노조 강성파로 활동했고, 민주노동당 노원을지구당위원장까지 했었다. 인문, 철학 서적을 읽으며 꾸준히 노보와 블러그에 글을 써 전태일상을 받기도 했다. 파워블러그로 알려지면서 조용히 문을 닫고 일기 형식을 글을 쓰고 있다.
윤영록님은 “동네활동이 만만한 게 아니다. 자기 돈과 시간을 써가며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배우는 것이 많다.”며 스스로 “퇴직하고 지난 5년 잘살고 있다.”고 말한다.
매일 5시면 일어나 104마을까지 불암산을 걷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동네 한바퀴를 순찰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느끼고 마음에 새기며 공공의 손길이 필요한 것들은 구청에 연락해 빨리 조치하도록 한다. 그러면서 퇴직 후 허송세월하지 않는 시니어의 삶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100-b@hanmail.net
25. 8. 13. 새벽 불암산에서 맞은 비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공짜로 주시는 오늘 하루는 누구나 첫날, 처음 가는 날입니다. 갓난아이도 늙은 노인도 날마다 처음이고 첫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크든 작든 날마다 제 나름대로 낯선 모험의 날들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홀로 산길을 가는 것은 야릇한 흥분. 날마다 새벽 5시! 백사마을까지 왕복 1만보. 어둠 속에 그 길을 가는 이는 오직 나뿐입니다. 통쾌하지요. 그런데 오늘은 도중에 비를 만났습니다.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갔다 오는 동안은 큰비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쫄딱 비를 맞으면서 걸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두려움도 없이 일부러 빗속을 뛰어다니던 벌거숭이들. 갖가지 흠도 많고 별의별 티도 많아 고만고만하던 우리들. 지금은 어디서들 잘살고 있는지! 비 오는 날 맨발로 산길을 걸으면서 내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고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살아갈 날들에 감사합니다. 발목을 휘감는 부드러운 물줄기! 오랜만에 온몸이 흠뻑 젖어 닭장을 나온 닭처럼 후련합니다.
나비정원으로 내려오다 배수구에 쌓인 낙엽을 걷어내니 물은 폭포처럼 맹렬하게 쏟아져 들어갑니다. 생태연못의 연꽃들이 불어난 물 위로 둥둥 떠오릅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