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어르신상담센터 싸이코드라마
‘나의 무대 나의 이야기’를 보고
윤영록
지난 11월 14일 노원구청 소강당에서 공연한 ‘나의 무대, 나의 이야기’는 어르신 상담사례를 심리극 형식으로 공유한 공연이다.
노원어르신상담센터는 지난 10월 10일부터 매주 60세 이상 어르신 총 12명과 함께 심리극 형식의 ‘집단상담’을 실시했다. 그 내용을 내담자가 직접 참여해 마음속의 문제를 표현해 공감과 심리적 치유를 얻는 한편 생생하고 현실감 있는 경험이 가능한 심리극 형식의 이야기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고령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편집자 주 -
1인가구와 독거노인이 급증하는 고령화시대에 10년이나 20년 먼저 살아가는 분들의 삶을 따라간다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누구나 늙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분들과 같이 가면서 성큼 먼저 늙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분들에게 나를 투영해 보면서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 지금의 내 자아를 재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대는 거꾸로 가고 있었다. 여섯명의 노인들이 천천히 한 바퀴를 돌 때마다 10년씩 젊어진다. 무려 7바퀴를 돌다 보니 10대나 20대로 돌아간 분들도 있고, 그때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분들이 있었다. 이것은 참으로 묘한 끌림을 준다. 내년이면 노인 축에 들어가는 객석의 나도 50대와 40대, 그리고 30대와 20대를 거슬러 여섯 바퀴를 돌고 보니 10대를 지나 어린아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살아온 장면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나의 지난날들이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네덜란드라는 먼 나라에 결혼한 둘째를 두고 오는 공항의 이별 장면이다. 일 때문에 나오지도 못한 아들에게 엄마는 말한다.
“내가 너무도 소중한 내 분신을 두고 간다. 어디에 있든 네가 할 탓이니까 몸 성히 잘살아 주기 바란다.” “아들만 있는 집은 그중 하나가 꼭 딸 노릇을 한다고 하던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네가 꼭 그랬구나.”
비행기를 타야 하니 서둘러 돌아서서 며느리와 사돈들에게도 작별을 고한다.
“내게는 너무나 크고 소중한 자식입니다. 잘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울컥하여 말을 잇지 못하고 애석해할 때는 객석에서도 훌쩍이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의 내가 빈 의자에 앉은 그때의 내게 말하는 모습도 참 좋았다.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고 다짐하는 것이다.
내가 결혼한 아들을 제주에 두고 올 때다. 다른 나라도 아니지만 그때는 객지에 자식을 떼어놓고 와야 하는 애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는데 아내는 몇 번씩이나 뒷걸음질 치면서 눈물바람을 했다. 그러니 무대에서 보여준 공항의 이별이 마치 우리의 그날 같았다. 물론 우리는 종종 왕래했지만 네덜란드는 그리 쉬웠겠는가? 품 안에 자식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출연하신 분들이 돌아가면서 한 말씀씩 하시고 객석에도 많은 시간을 주셨다. 누구나 다 그런 경험들이 한두 개씩은 있는 연배들이어서 카타르시스를 넘어 강당 안은 온통 아쉬움과 그리움이다. 내 영혼이 정갈해지는 연민과 간절함이 복받쳐 오른다.
전문 배우들이 남의 사연을 연기하는 것과 달리 싸이코드라마는 내가 내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객석에서도 금세 빨려드는 끌림이 있다. 미리 신청하신 70대와 80대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90을 넘은 분도 계셨다. 우리의 노년이 외롭지 않고 언제라도 마음을 나눌 이웃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기회가 많아지면 참 좋겠다.
“행복한 노년, 마음을 함께하다.”
전국 최초로 어르신상담센터를 개설한 노원구에 감사를 드린다. 이제 1년 되었지만 성과도 적지 않고 성공적이라는 평들이 많다. 특히 어르신상담센터를 이용해 본 분들이 더 그렇다. 구청장 말씀대로 내년에는 어르신 상담센터가 몇 군데 더 생기면 정말 좋겠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