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시 하나26
가을하늘
한정섭 노원문인협회 회원
찬물에 헹군 하얀 이불 홑청
허공에 내걸고
긴 여름 더운 숨결들 솔바람에 씻기면
스산하게 떨어지는 나뭇잎,
나무가 몸을 턴다.
-노원문협 디카시집 『찰나를 읽다』
가을엔 올려다보게 된다. 붉게 단풍 든 나무를, 진한 쪽빛 하늘을 보게 된다. 나무들의 붉은 깃털들이 떨어져서야 나무도 날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곧 겨울, 비상하고 싶은 마음이 잠시 쉬어가는 계절이다. 다시 봄, 발사슴을 하고 연둣빛 깃털을 낼 때까지 나목의 시간이다.
나뭇잎에서 빠져나온 수증기들은 하늘에서 오글오글거리다 낙하한다. 시인은 구름을 ‘하얀 이불 홑청’에 비유한다. 먹구름을 찬비에 헹구면 하얀 구름이 되는 것이다. 그러길 여러 날, ‘긴 여름에 더운 숨결들을 솔바람에 씻기면’ 어느새 가을이 온다.
1, 2행은 비개인 여름날의 한 풍경이 정지돼 있고, 3행에선 긴 여름이 한 줄로 압축돼 있다. 4행에선 가을이 우수수 떨어진다. 행 끝을 쉼표로 처리해 낙엽 모양을 표현했다. 고도의 설정이다. 마지막 행에선 나무가 동물처럼 몸을 턴다. 활유법을 썼다. 형상화가 잘 된 시이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