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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 - 김춘연(노원문인협회 이사)

산책길 시 하나 25

기사입력 2025-10-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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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시 하나 25

주일 아침

김춘연(노원문인협회 이사)

 

구부리고 누운 등 뒤로

측은지심이

넓은 어깨에 묻어두었던

지워지지 않은 세월이

선명하다

 

귀는 반 뜨고

눈은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누운 주일 아침

 

계란프라이 하나

준비해 두고 나를 움직이게 한

무던히 걸어온 미운 정

 

-시여시남동인지 시 읽는 여자 시 쓰는 남자

 

제기동 어느 집, 댓돌에 올라 격자유리문을 밀면 툇마루가 나오고, 안에 문을 밀면 다다미방, 또 문을 밀면 온돌방, 옆문을 밀면 복도와 화장실, 바닥이 움푹 꺼진 부엌이 나왔다. 재래식 화장실을 실내에 들인 일본식 가옥이었다.

세월이 흘러 적산가옥들은 사라졌지만 간식, 곤색, 18, 납골당 등 일본어 잔재는 남았다. 택배, 안내, 기차, 연설, 실내 등도 일본식 한자어인데 그중 하나가 계란이다. ‘닭의 알이 변천한 달걀로 대치하면 되는데 계란말이, 계란찜이 입에 붙었다. 그래서 국어학자들은 의식적으로 순화하라고 한다. 하지만 계란프라이달걀프라이로 순화해도 외래어인 프라이는 남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달걀프라이로 등재돼 있다. ‘달걀부침이 다른 요리인 까닭에 대체어가 없는 모양이다.

달걀은 한반도에서 오래전부터 먹어와서 경주 황남동 155호 고분에서 달걀이 출토됐다고 한다. 그때는 뭐라 불렀고 어떻게 요리했을까?

1960년대까지도 닭이 매일 알을 낳지 않았고, 20여 개쯤 낳으면 품느라 더 낳지 않았다고 하니 달걀은 귀한 식재료였다. 지금도 달걀이 됐든 계란이 됐든 닭의 알은 미진한 정성과 측은한 정을 표현하는 흔하면서도 귀한 식재료이다. 이 시를 읽으면 늙어가는 남편에게 닭 대신 달걀이라도 조리해 주는 아내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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