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시 하나23
첫눈
양봉규 노원문인협회 사무차장
뽀득
뽀드득 뽀드득
소복이 쌓여
가슴으로 구겨지는
다정한 그대 오는 소리
-노원문협 디카시집 『앵글에 담은 서정』
눈을 밟으면 눈의 골격 으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비록 눈사람의 모습일지라도 이승에 환생하고 싶어 내려온 하늘의 영혼들, 그만 눈물이 되고 만다.
빠르면 10월 말에 첫눈이 내린다. 시인은 첫눈 오는 소리를 ‘그대 오는 소리’라고 적는다. 그런데 행을 달리하며 ‘가슴으로 구겨지는/ 다정한 그대’라고 표현한다.‘구겨지는/ 다정한’이라니? 그대에 대한 나의 감정이 시소를 타는 것이다. 모순형용, 역설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구겨지다’는 물리적 변화와 감정적 상처 모두를 아우르는 말이다. 처음 하는 연애는 서툴고 미숙할 수밖에 없다.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헤어지기 십상이다. 대부분‘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으로 끝이 난다.
이후 그 시절의 순수와 떨림이 가슴에 아련히 남아 있다가 첫눈을 보는 순간, 구겨진 사랑의 폐포가 아코디언처럼 펼쳐지면서 애절한 선율을 자아내는 것이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