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082호 사설
다 같이 배부른, 밥맛 나는 세상
미래를 위해 토론해야 한다
그동안 환절기에 ‘밥맛’을 잃고 우울했는데, 이젠 군침 도는 정갈한 밥상을 차려 기운 내야 한다. 곧 닥칠 무더위를 이겨내야 한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사니까.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선조들은 젖 먹던 힘까지 써 가며 밥 먹을 시간도 없어 파김치가 되도록 일했다. 밥값하고 사는 것을 가장 큰 성취로 여긴 덕분에 우리는 이제 어디 가서도 굶어 죽진 않을 민족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밥’에 진심이다. 같은 밥이라도 진지가 되고, 수라가 되고 젯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집에 사는 가족보다 한솥밥 먹는 ‘식구’가 더 끈끈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포트락(potluck) 파티가 어렵다고 한다. 서로 다른 사람의 먹을 것까지 챙겨 오니 항상 상이 그득하다. 각자 따로 상을 받는 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런 문화는 소출이 적은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에서 연유한다.
산과 들에 나는 온갖 풀은 다 뜯어 무치고, 데치고, 말리고, 묵혀서 먹었다. 그것도 나눠 먹으려고 어려운 젓가락질을 배웠다. 어쩌다 고기가 생기면 물을 부어 국이나 찌개로 끓여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먹었다. 사람마다 몫을 나눌 만큼 되지 않으니 식구가 다 같이 한상을 받는 것이다. 그마저 풀이 자라지 않는 겨울엔 어쩔 것인가? 소금에 절여 발효한 짠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으로 한 계절을 났다. 영양은 부족하더라도 연명해야 했기에 만들어진 문화이다.
밥이 민생이고, 경제이고, 국력이다.
이웃 일본은 쌀값이 폭등하여 제한판매까지 한다고 한다. 정부가 비축미를 풀어도 ‘레이와 쌀 파동’은 계속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농업인구의 감소, 거기다 정책적 문제까지 겹친 문제이다 보니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그동안 우리는 밥의 문제를 경제적 성장으로 해결했다. 세계적인 호황기를 타고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치열한 경쟁에 지쳤다. 오래된 정치체계, 경제 구조는 자꾸 균열이 생겨 대통령 임기조차 단축시키고 있다.
이제부터 새로운 다짐이 필요하다.
적은 자원을 개발하겠다고 온통 파헤칠 것이 아니라 적은 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삶의 기쁨을 늘리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자원의 분배에 관해, 환경의 이용에 대해서, 우리의 미래에 관해 토론하고 상의해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을 내올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화, 그것이 리퍼블릭(republic)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나랏밥 먹는 사람이 잘해야 한다. 젯밥만 탐하다 말아먹으면 안 된다. 그릇이 큰 사람, 사골 진국들을 골라 일을 맡겨야 한다. 속빈 강정 같은 달달한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뒷맛 쓰지 않게 꼼꼼히 챙겨야 한다. 배부른 소리 하다간 국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