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사설
연탄 때던 달동네 백사마을의 기억
기반시설 갖춘 자족도시로 전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던 불암산 자락의 중계동 백사마을이 철거 중이다.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서 도심에서 밀려난 사람들, 그리고 농촌에서 벌이를 위해 무작정 상경한 이들이 그나마 누울 수 있는 땅은 변두리 산비탈이었다. 판잣집으로 얼기설기 마을을 이룬 산104번지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비 새는 지붕은 기름 바른 루핑지로 막고, 연탄가스에 콜록거리며 겨울을 나야 했다.
그렇게 60년이 채 되지 않은 마을이 사라진다. 겨울이면 몰려와 검댕이를 얼굴에 묻히며 사진 찍던 ‘따뜻한 연탄 봉사자’도 사라지고, 그리웠던 시절의 모습이라며 사진 찍고 그림 그리던 구경꾼도 이제는 사라진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개발사의 이면, 1200여 도시빈민의 애환이 뿔뿔이 흩어진다. 다시 이웃으로 만날 수 있을까?
4년 뒤 총 3178가구 규모의 자연 친화형 아파트단지 ‘네이처시티 자이’로 변모한다. 조합원 1216세대, 임대주택 565세대, 나머지 일반분양은 1400가구에 달한다. 주거지보전 방식을 폐기하면서 대규모 단지가 되었다. 은행사거리 학원가를 앞에 두고 불암산에 안긴 숲세권이다. 장차 동북선 경전철이 개통되고, 불암산 터널이 생기면 교통문제도 해소된다. 최근 월계동 광운대역에 서울원이 착공하긴 했지만 신축아파트가 드문 노원에서는 관심이 쏠린다. 내년에 진행될 일반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8~9억원대로 예상해 조합원 입주권에 3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정비사업은 ‘철거’까지가 까다로운 절차다. 그 숱한 난관을 뚫었지만 마지막 관문 ‘공사비 재협상’이 남아있다. 노원에서는 가장 앞서나가던 월계동 재해관리 구억 재건축은 철거를 마치고도 공사비 협상이 어려워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월계동 동신아파트 재건축, 상계뉴타운 2구역 재정비사업은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장이 해임되면서 새로 선출하기까지 혼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은 기존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지만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를 쳐주고 좋은 아파트를 지어 그만큼 가치를 누리면 좋겠지만 당장 추가분담금이 걱정이다. 공사비를 깎아 저급 자재에 부실시공 우려까지 더해진다면 입주 이후 내 집의 가치는 물론 노원의 지역브랜드 가치까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집값이 10억원을 하더라도 재건축하려면 철거해야 한다. 겨우 몇평의 토지지분만 남는다. 그런데도 개발 소식에 잔뜩 오른 집값을 영끌 대출로 마련한 투자자는 사업성을 요구하고, 기반시설에는 관심 없고 용적률 상향만 고집한다.
상계주공아파트를 25층, 30층으로 재건축하면 일반분양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세대수만큼 늘어난 자동차가 지금도 막히는 동일로로 나올 수 있을까? 더구나 분양세대 확대를 위해 노원구 인구감소의 원인인 작은 평형을 그대로 유지하면 일자리 없는 노원구는 출퇴근에 지친, 또는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입주자가 모이는 구조가 된다. 자족도시, 15분도시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