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친화도시 노원구 공원 관리 노동자의 열악한 휴게실 개선
노원구의회 박이강 의원(도시환경위원회, 노원라)
제287회 노원구의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
“이건 아니지!” 이것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제가 국회의원 비서관을 할 때 찍은 사진은 국내 최고 예술대학이라는 곳의 청소노동자가 제대로 된 휴게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쌀을 씻어 먹는 장면입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로 비 오듯 땀을 흘리고도 몸을 뉠 공간은커녕 좁은 화장실 칸에 몸을 욱여넣고 밥을 먹거나 쉬어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습니다.
2024년 노원구 공원 관리 노동자의 휴게실입니다. 처음에는 남녀 화장실의 한 칸씩을 휴게실로 썼다가 바스락거린다는 민원이 들어와 아예 자재 창고에서 쉬게 되었답니다. 이 무더위에 어디서 주워 온 허름한 선풍기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나마 잘 갖춰져 있다는 휴게실도 대부분 화장실 사이에 비좁게 있습니다. 남녀 직원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합니다. 주워 온 냉장고는 냉동실이 새어 냄비를 받쳐놓았고, 그마저도 용량이 부족해 아이스박스를 주워다 씁니다.
기껏 꾸며놓은 시설이 일을 더 힘들게 하는 때도 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다는 삿갓봉공원 남자화장실은 장애인 공용으로 대변기가 하나뿐입니다. 대낮에 소변기에 대변을 누거나, 화장실 뒤 화단에 큰일을 보는 경우도 허다하답니다. 모두 이분들이 치워야 합니다.
2024년 지금! 인구 50만, 연간 예산 1조 3천억에 육박한 우리 노원구의 공원을 관리하는 수십 명의 노동자가 이런 식으로 쉽니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지자체에서 가장 먼저 생활임금을 도입하며 노동인권 친화 도시라는 찬사를 받은 우리 노원구에서! 힐링 도시라는 이 화려한 등잔 밑에서 주민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렇게 대접할 수 있습니까?
기간제는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이므로 지켜 달라! 이게 아닙니다. 누군가 내 부모 형제더러 화장실 끝 칸 가서 쉬어라! 빗자루 창고 치우고 거기서 쉬어라! 하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앞으로 누가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겠습니까.
놀라운 것은 이게 그나마 나아진 모습입니다.
그동안 수년째 현장에서 개선을 요청했으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심지어 최근 구청장께서 전수조사를 명했음에도, 현장의 목소리가 실태 파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우리 구청의 공직자들이 자재 창고나 화장실 칸에서 쉬는 노동자를 보며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예산 등의 여러 사정이 있겠지요. 한 직원이 수십 개 공원을 관리해야 하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도 이해합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정녕 돈이 없으면 자그마한 조립식 건물에 임시 휴게실이라도 만들어야지요! 하다못해 얼음물이라도 갖다주며 죄송하다, 무더위에 고생이 많다! 신속하게 대책을 세우겠다. 라며 위로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까. 그 어떤 이유도 지금의 일터를 개선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중대한 사유까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안 된다고 하면 도대체 우리가 정치를 왜 하고 행정을 왜 합니까. 힐링 도시의 양적 성장이 속 빈 강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기다리겠습니다.
끝으로 현장을 돌면서 참담함과 죄송함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등잔 밑이 어두웠습니다. 깨끗한 공원 이면에 이러한 고통과 인내가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지금과 같은 여건을 진즉 인지하여 개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선출직 공직자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