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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주장과 상상, 그리고 욕망 - 노원신문 1048호 사설

재건축을 앞둔 노원의 미래

기사입력 2024-08-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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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학적 주장과 상상, 그리고 욕망

재건축을 앞둔 노원의 미래

예전 침대는 과학이라고 했었다. 사용자에게 최적의 수면 조건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광고문구였는데, 당시에는 매우 신선했었다. 침대의 사용은 침실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공간의 비효율성, 청소가 소홀하기 쉬운 매트리스 하부의 위생 상태를 과학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구화와 함께 고령화로 전통의 좌식생활의 불편이 더 강조되고 있다.

과학은 사물의 현상에 관한 보편적 원리 및 법칙을 알아내고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 체계나 학문이다. 그래서 연구는 현상을 관찰해 정확히 기술하고, 그 인과관계를 파악해 해석한다. 기존의 이론을 강화하거나 배척하려면 그 관찰의 범위와 방법도 제시해야 한다. 학문은 위압적인 독단도, 근거를 알 수 없는 선언도, 애상에 찬 호소도 아니다. 엄격한 과정을 거쳐 검증이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지식이 되는 것이다. 해석이야 정보나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사실에 대한 파악은 분명해야 한다.

누군가 어떤 이에 관해 어제 갑작스레 전화를 받더니 당황한 빛이 역력하더라.’라고 파악했다면 전화 받았다는 것만 사실이다. 전화하겠다고 미리 전화해 통보할 수는 없으니 갑작스레는 이치에 맞지 않고, ‘당황한 빛도 주관적인 판단이다.

그런 편향적 관찰은 나 몰래 나쁜 짓을 하려고 작당모의하다 딱 걸렸어하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당사자는 전화를 받은 사실 자체도 기억하지 못할 사소한 일일 수 있다. 오히려 생사람 잡는다고 펄쩍 뛰다가 뒤늦게 통화사실이 밝혀져 억측을 강화하는 억울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사실과 해석, 견해를 문맥 안에서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할 줄 아는 것이 참다운 지혜이다. 곰곰이 분석하고 맞춰볼 줄 아는 것이 지성이다. 무식한 맹신이 위험에 빠뜨린다.

꽉 막힌 노원의 교통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고개에서 수도권제1순환도로로 연결하는 진출입로를 만들자고 한다. 선거 때마다 출마자들의 단골 공약이다. 기술공학적으로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도로에 안전한 진출입 차선을 만들기 위한 필요공간을 도출해 내고, 수락산, 불암산 터널 간의 이격거리가 충분히 설치 가능한 정도인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 주민들의 요구가 있다고, 서명을 받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변화 과정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예측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도 과학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와 반응은 예측대로 되지 않는 인문학 분야이다. 도시정비사업, 재건축 사업이 노원의 미래를 만든다고 하는 것 자체가 허구일지 모른다. 개발사업에 뛰어든 숱한 사람들의 욕망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니까 말이다.

 

48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