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033호 사설
산동네 철거민촌 중계동 백사마을의 미래
노원의 70년, 그 경관의 변화
상계주공아파트 412동에는 헬기착륙장이 있다. 1988년 준공한 이 건물은 25층으로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제일 높은(그러면 당연히 전국에서 제일 높은) 주거용 건물이었다. 옥상 헬기장에 올라가면 상계동 아파트단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1980년대 개발한 베드타운 노원의 현재의 모습 말이다.
도로와 중간중간 위치한 학교, 그리고 작은 공원을 빼고는 눈앞에 모두 아파트 건물뿐이다. 그사이 빨간 띠를 두른 굴뚝이 삐죽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산타는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주신다는데,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노원의 미래를 상상하기에는 월계동 광운대역을 가로지르는 육교에 올라가거나, 상계동 노원구청 옥상을 올라가는 것이 좋다. 차량기지 넓은 땅을 치워내면 무엇이든 멋지게 청사진을 펼쳐보기 좋을 것이다. 내 맘대로 선을 그어 한쪽에는 고층의 업무시설과 컨벤션센터를 세우고, 한쪽으로는 미래 먹거리 최첨단 산업단지를 짓고, 공원과 운동장도 마련한다. 그리고 그곳으로 빠른 철도망, 도로망까지 연결한다. 선거 때가 되면 차량기지를 배경으로 하는 사진과 훌륭한 공약을 흔히 볼 수 있다. 30년째 그렇다.
이제 백지계획은 현실화되지 못한다. 그린벨트라고 산을 헐고 아파트를 지을 수 없고, 아파트촌을 헐고 뚝딱뚝딱 재건축할 수도 없다. 미래 계획은 현재의 기술력, 생산성, 사회구조 여건을 배경으로 할 수밖에 없다.
현재 또한 과거에 기반해 성장한 것이다. 노원의 과거를 보려 한다면 불암산 자락을 넘어가는 중계로지하터널 위로 올라가 봐야 한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하는 백사마을이 거기에 있다. 1960년대부터 시내에서 쫓겨와 경황없이 지은 산꼭대기 집은 세파에 시달려 바람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벽이 갈라졌고, 눈비를 막고자 지붕은 비닐도 덮고, 헌 바퀴도 올려 누더기가 되었다. 겨울이면 마을 입구에서부터 연탄가스가 코끝을 아릿하게 하는데, 연탄지게를 진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던 그 마을이다.
마침내 그 104마을이 없어진단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지 15년 만이다. 산등성이에 최고 20층 높이로 총 2437세대의 아파트를 짓는다. 마을 입구는 개발시대 산동네의 주거를 보여주는 보존지역을 만든다더니 이마저도 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가장 드라마틱한 개발과 성장을 이룩한 나라다. 유에스 뉴스에 따르면 전후 최빈국에서 70년 만에 세계 6위의 강국이 되었다. 옷에 맞지 않게 커버린 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대우에 비해 천박한 자세, 그 모든 것이 지금 우리 안에 있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도 살피며,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노원의 풍경 하나 남겨두었으면 한다. 스위스, 이탈리아의 휴양지를 보여주고 난 다음은 노원의 지리학적 경관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미니어처 공간도 마련되길 바란다. 그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