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만희 - 자연적인 삶
나이 탓일까. 점점 자연적인 음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오이, 달래, 부추 무침 등을 유별나게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간편식에 길들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바뀐 식성으로 친구 모임에서는 외계인 취급을 받긴 합니다.
올해의 봄날에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산나물을 부쩍 탐닉했습니다. 농장은 주종이 매실나무이지만 산속이다 보니 이곳저곳에 각종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이지요. 득히 농장 인근에 이 지역에 나는 채소로 제철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오이원’이 있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인근에 사는 주부들이 모여 들이나 산에서 자란 나물을 캐서 직접 요리까지 합니다. 간혹 시식하다 보니 그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 제철에 나는 채소로 제때 음식을 해 먹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내 입맛을 홀리게 한 것은 두릅입니다. 아버지가 예전에 농장 주변에 심어 놓은 것이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농장을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는 두릅나무들은 봄이 되면 보기만 해도 탐스럽고 튼실한 새순을 앞다투어 쑥쑥 밀어 올립니다. 맨 위의 첫 순을 따내면 기다렸다는 듯 곁순이 머리를 쏘옥 내밀곤 합니다. 내년에는 두릅장아찌를 담아 볼 생각입니다. 이 못지않게 내가 재배한 매실로 매실청과 매실장아찌 맛은 오죽하겠습니까?
농장 주변의 봄나물은 주말이면 도시의 사람들이 욕심을 내며 우르르 몰려들 정도로 풍성합니다. 눈길을 돌리면 냉이, 달래, 취나물, 다래순, 돌나물, 오가피나무순, 엄나무순이 어디랄 곳 없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불청객들은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 다가왔다가는 바쁘게 채취한 뒤 살금살금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나가곤 합니다. 큰소리를 쳐 쫓아낼까 하다가도 슬쩍 눈을 감곤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이래 상당 시간을 농장에 파묻혀 지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산나물에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것들은 귀한 음식 재료가 되어 밥상에 올랐습니다. 다래순과 취나물은 무침이 되었고, 돌나물은 물김치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싱싱한 푸성귀를 먹는 즐거움을 더 누리기 위해 채소의 재배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부추,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 묘목을 고랑을 만들고 파종하고 자라는 모습은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쑥쑥 자라나는 작물들에는 바람에 쓰러질세라 철제 지주를 세워 주었습니다.
한 해 동안 고라니며 멧돼지 등의 산짐승이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철망을 점검합니다. 저 멀리 산자락에 펼친 가을 풍경은 금상첨화입니다.
아직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역시 어쩌면 독감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적인 이웃이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때문에 각종 시련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슬기로움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미리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도 자연적인 ‘삶’을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2021.10.15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