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새로운 일상
홍만희
일상이 달라졌다.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상이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도 잘 쓰지 않았던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산책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공원도 썰렁하다. 인근 백화점들도 한산하다. 각종 모임과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초·중·고등학교 개학도 연기됐다.
그동안 ‘설마 우리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고 생각했다. 하지만‘발등의 불’이 됐다. 달라진 일상은 사람들의 생각도 바꿔놓았다.
평소 노인정을 다니시던 어머니도 생활방식이 바뀌었다. 노인정에서 일과를 보내시던 평평한 일상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실제로 노인정을 놀이터처럼 다니다가 갑자기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어머니는 잊고 지내던 병도 도질 지경이다. 마스크 단단히 중무장하고 나가신다. 집 인근에 있는 경춘선 숲길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일상에 작은 변화이다.
스포츠 경기도 연기됐다. 그나마 어머니가 즐겨보시는 배구경기는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다. 텔레비전에서는 경기를 방송한다. 노인정을 못 가시는 대신 즐길 거리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다수 국민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마스크를 쓰고 손도 씻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나의 일상도 같다.
평범했던 지난 일상이 그리워진다. 헷갈림 속에 숨어있던 여태까지 생각지도 못한 잔잔한 일상이다. 함께 음악을 듣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뉴스를 매일 챙겨보지 않아도 세상이 걱정 없는 듯 돌아가던 일상으로, 소소한 감정과 웃을 거리가 있던 일상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 세상의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것을, 그 톱니바퀴의 날 하나하나가 내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톱니바퀴의 중심이 고장이 나고 나서야 그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투덜대지 않기로 한다. 나른하고 평온했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그 안온한 마음 편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는 보행기에 의지한 어머니와 함께 마스크를 하고 경춘선 숲길을 걷는다. 초조해하지 않고 새로이 생긴 일상을 받아드리며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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