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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처럼 쌓아준 모둠전이 1만원…공릉동도깨비시장 ‘복성식당’

경춘선숲길 대장금들의 넉넉한 인심으로 차린 밥상

기사입력 2026-09-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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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명사 맛집]

트로피처럼 쌓아준 모둠전이 1만원공릉동도깨비시장 복성식당

경춘선숲길 따라 만난 어머니의 손맛

대장금들의 넉넉한 인심으로 차린 밥상

노원에는 참 착한 가게가 많다. 가격이 착하고 인심이 착하며,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따뜻한 집들이다. 경춘선숲길을 걷다가 공릉동도깨비시장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복성식당도 착하디착한 가게다.

옛 기찻길을 따라 조성된 경춘선숲길은 노원의 대표적인 산책로다. 녹슨 철로와 오래된 플랫폼, 길가의 나무와 바람이 어우러져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나에게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젊음과 꿈으로 가득했던 대학 시절을 불러오는 추억의 길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6년의 여정을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러나 굳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대학 시절 우리가 나누었던 넉넉한 마음은 여전히 이 자리에 머물러 있다.

경춘선숲길을 따라 공릉동도깨비시장으로 들어서면 시간의 결이 달라진다. 이 시장은 1939년 경춘철도 개통 이후 화랑대역 주변에 모여든 무허가 노점상들로부터 시작됐다. 단속이 나오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모습이 도깨비 같다고 해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서민의 장바구니를 채워온 시장답게 이곳에는 요란한 광고보다 정직한 가격과 손맛으로 승부하는 집이 많다. 시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복성식당은 개업한 지 7년 정도 됐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 온 것처럼 정겹다.

이 집의 첫인상은 대장금 군단이다. 주방과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은 모두 연륜이 묻어나는 어머니들이다. 커다란 철판 위에서는 녹두전과 김치전, 동태전, 동그랑땡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노릇한 전 냄새가 시장 골목을 채우며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까지 붙잡는다.

전은 역시 어머니가 부쳐야 제맛이다. 반죽을 뜨는 손의 감각, 불을 조절하는 눈썰미, 뒤집개를 넣어야 할 순간을 알아차리는 경험은 계량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복성식당의 전에는 대장금들의 오랜 손맛이 배어 있다.

모둠전 한 접시를 주문하자 동태전과 동그랑땡, 김치전, 꼬치전 등이 마치 트로피처럼 수북하게 쌓여 나왔다. 접시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푸짐한데 가격은 단돈 1만원이다.

이렇게 많이 주고도 남는 게 있습니까?”

손님이 오히려 걱정할 만한 가격이다. 그러나 이 집의 1만원에는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배불리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그래서 싸다는 말보다 착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차림표를 보면 그 인심을 더 실감할 수 있다. 녹두전과 김치전은 각각 3000, 꼬치전과 동태전은 각각 5000원이다. 멸치국수·비빔국수·열무국수도 5000원이고, 보리밥과 야채비빔밥 역시 5000원이다. 고물가 시대 서울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가격이다.

곁메뉴도 여느 한식집에 뒤지지 않는다. 열무김치와 나물 등 정갈한 반찬마다 손맛이 살아 있다. 특히 서비스로 내온 오이냉국은 한여름의 반가운 선물이었다. 새콤하고 시원한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 전의 고소함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무더위에 지친 마음까지 산들바람처럼 감싸며 내 몸을 그 바람에 싣는 듯했다.

반찬으로 나온 게튀김도 제주 사람인 나에게 뜻밖의 기쁨을 안겼다.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제주 바닷가의 냄새가 떠올랐다. 공릉동의 오래된 시장 한구석에서 고향의 맛을 만났으니 참으로 황홀했다.

맛집의 가치는 유명세나 비싼 재료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한 끼를 먹고 마음까지 든든해지는가, 계산하면서 이렇게 싸도 되나라고 걱정하게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연륜이 묻어나는 대장금들의 손맛, 트로피처럼 수북한 1만원짜리 모둠전, 한식집 못지않은 곁메뉴와 무더위를 식혀준 오이냉국까지. 복성식당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어머니의 손맛과 시장의 넉넉한 인심이 함께 차려져 있다.

46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대학 시절의 넉넉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경춘선숲길을 지나 공릉동도깨비시장 한구석, 복성식당의 따뜻한 밥상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집을 맛있는 집보다 먼저 착한 집이라고 부르고 싶다.

[부두완 아시아투데이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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