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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맛집 상계중앙시장 입구 ‘토속 순창 왕순대’

“순대 한 점에 담긴 고향의 숨결과 사람 사는 맛”

기사입력 2026-05-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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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맛집

상계중앙시장 입구 토속 순창 왕순대

순대 한 점에 담긴 고향의 숨결과 사람 사는 맛

노원역과 상계역 사이, 4호선 지상 전철이 쉼 없이 달리는 길 아래 상계중앙시장 입구 인근에 나지막이 자리 잡은 작은 식당이 있다. 이름은 토속 순창 왕순대(상계로 146 중앙프라자 1105, 02-939-4392)’. 잊을 수 없는 그 맛을 찾아 다시 그곳의 문을 밀고 들어섰다.

문을 여는 순간, 코끝의 향은 벌써 침샘을 자극한다. 구수한 순대와 고기 삶는 향이 제주 고향의 맛처럼 온몸을 감싼다. 그 향기는 마치 어여 와요, 이리 앉으세요.”라며 정겨운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자리에 앉으면 이내 소박하지만 고향의 맛처럼 정갈한 상이 차려진다. 싱싱한 배추쌈과 아삭한 무채김치, 알싸한 고추와 양파, 그리고 깊은 맛의 시골 된장이 어우러진 밥상이다. 화려한 장식 하나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고향 제주 잔칫집에 들어선 듯 온기가 서려 있다.

필자와 고향 친구는 고민할 것 없이 이 집의 백미인 순대정식을 주문한다. 싱싱한 쌈 채소와 머릿고기, 백순대와 피순대, 여기에 속을 확 풀어주는 얼큰한 국물까지 한데 어우러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상차림이다.

먼저 잘 삶아진 머릿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다. 혀끝에 닿는 순간, 제주 방언으로 고소하고 진하다는 뜻의 베지근한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뒤따라오는데, 그 여운이 자극적이지 않고 참으로 길다. 타향살이 중 만난 이 맛은 영락없이 제주 고향집에서 먹던 그 정겨운 맛을 떠올리게 한다.

순대를 배추쌈에 싸 먹는 경험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노란 배춧잎의 달큰한 수분이 순대의 묵직한 맛과 만나며 감칠맛을 배가한다. 특별한 양념 없이도 식재료 본연의 맛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목을 타고 흐르는 막걸리의 청량함이 순대의 기름진 맛을 씻어내며 입안에 평온한 안식을 선사한다. 친구와 한 입 한 입을 소중히 음미하며 잔을 들어 나지막이 브라보를 외쳐본다. 좋은 음식 앞에서 나누는 웃음은 그 어떤 보약보다 달콤하다.

가격표를 보면 주인은 틀림없는 천사표다. 순대정식 11000, 소주 4000, 막걸리 3000.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 가격으로 이토록 풍성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소박한 사치이자 커다란 축복이다.

이 귀한 공간은 노부부와 아들이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다. 그들은 많은 말을 내뱉지 않는다. 그저 묵직한 손맛으로 대화할 뿐이다. 손님들 역시 단골답게 눈짓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공간이 주는 아늑함 속에 맛과 향에 몸을 맡긴다.

노원에서 오래 터를 잡고 살아온 필자에게 이곳은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이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하느라 지친 나의 뇌를 쉬게 하려고, 혹은 마음이 번잡한 날 이곳에 들러 순대정식 한 상에 막걸리 한 병을 마주하고 있으면 꼬여 있던 생각들이 실타래 풀리듯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이 집은 겉보기에 화려하지도,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저 철길 아래 한쪽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허기와 마음을 채워준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꾸준함이 주는 감동이 더 크다는 것을 이곳은 증명한다. 순대 한 점에 담긴 진한 사람 사는 맛, 그 맛이 그리워 나는 아마 조만간 또다시 이 길을 기웃거릴 것 같다. 아니, 반드시 찾을 것이다. 이 집은 순대 만드는 날이 쉬는 날이다.

부두완 아시아투데이 방송AI콘텐츠사업국장

노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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