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7-21 16:30

  • 연재물
  • 어르신

오승환

  • 연재물 > 어르신

정년퇴직하고 통닭집 창업한 후배 - 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기사입력 2026-07-10 15:28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정년퇴직하고 통닭집 창업한 후배

형님! 잘 지내시죠? , 정년퇴직했어요. 형님한테는 전화해야 할 것 같아서요.”

연초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퇴직한 지 어느덧 6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치킨집을 열었다는 소식은 그로부터 한참 뒤 전해 들었습니다. 한번 가겠다고 한 것이 벌써 두 달이 넘었습니다.

석관동과 장위동이 교차하는 이문사거리는 지금도 50년 전 나의 고교시절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결혼해서 의정부로 이사하기까지 잠시 다녔던 석관동성당도, 2층의 중화요리도 내가 철가방을 누비던 그때 그대로입니다. 이문극장과 우리 아이들의 예방주사를 도맡아주었던 명소아과만 바뀌었습니다. 오랜만에 정다운 그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가마치통닭은 돌곶이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입니다.

이경기 사장은 동료를 넘어 치열한 서울지하철 동지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가게의 규모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까지 있어서 목이 참 좋습니다. 젊은 청춘들이 속속 들어오고 가족 단위로 자리를 잡은 손님들도 있었습니다. 안쪽에는 넓은 단체홀까지 있어서 석관동성당 식구들이 자주 온다고 합니다.

저도 공인중개사를 땄는데, 인건비로 한 달에 500씩 나가요. 또 공부할 때랑 실제 거래를 할 때는 정말 달라요. 매도자와 매수자의 입장을 조정하는 것이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의 판단과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사업은 월급쟁이 할 때랑은 정말 달라요. 사람 쓰는 것이 장난이 아닙니다. 돈을 더 줘도 나간다고 하면 그만한 사람을 구하는 데 정말 애를 먹어요. 지금 알바5명 쓰는데, 베트남인들이 정말 잘해요.” “정신없다 보면 주문을 빠뜨릴 때도 있는데 그때는 맨붕이지요.”

아내랑 같이했던 20여 년 전 우리의 21세기분식집이 떠올랐습니다. 형수가 꽃집을 운영한다던 한광록 선배는 무슨 소리야! 아무리 작아도 사업은 사업인 거야!”라고 애써 나를 격려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나는 21세기가 잘 있는지 살펴도 볼 겸 의정부 그 거리를 가끔 가 봅니다.

술을 끊었지만 오늘은 이 집의 호프 맛을 봐야겠지요? 프라이드와 깐풍기를 포장해 달라고 주문하고, 호프를 한잔하면서 더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경기 사장은 닭똥집을 내왔습니다. 아주 고소하게 잘 튀겼습니다. 덕분에 호프를 한 잔 더 했습니다.

자격증을 따도 정년퇴직 후에 창업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많지 않은 퇴직금마저 날릴까 봐 함부로 뛰어들지 못합니다. 창업하는 용감한 사람은 내 주변에서는 이경기 동지가 처음입니다. 퇴직하면 보통은 옛날얘기에 지나간 무용담으로 침이 마르는데, 창업한 사장님을 만나니까 다릅니다. 우리에게도 무용담은 많지만, 추억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 정말 보기 좋아요. 멋지십니다. 사장님! 내가 다 힘이 나네!”

절로 찬사가 튀어나왔습니다. 또 오겠다고 하고 늦기 전에 집에 와서 아내에게 아직도 따끈따끈한 치킨을 펼쳐놓았습니다. 여느 집들 치킨과는 정말 다릅니다. 그런데 문자가 왔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너무너무 힘이 되고 좋았어요. 형님 가시고 나서 엄청 바빠져서 매출이 400 가까이 나왔어요. 손님을 부르는 행운의 싸나이. ㅎㅎㅎ전에 한광록 선배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멋지다, 이경기! 맛있다, 가마치!

노원신문
 

 

1128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