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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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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미니멀 라이프’로 사는 김 노인 이야기

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기사입력 2026-05-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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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서울 자가에 미니멀 라이프로 사는 김 노인 이야기

목수로 40년을 살아온 55년생 김 노인은 수치에 밝습니다. 건축물의 구분과 규격, 건설 현장의 전문용어를 듣고 있자면 나도 뭔가를 알게 된 것마냥 뿌듯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의 면적과 명산의 높이와 크기, 그리고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의 내력에 대해서도 줄줄 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태양계의 별을 이야기하고, 하루 24시간이 몇 분이고 몇 초인지, 앞으로 20년을 더 산다면 그것이 또 몇 분 몇 초에 해당하는지도 꼼꼼히 일러주십니다. 검색만 하면 다 나오고, 인공지능이 더 똑똑한 시대에 누가 그런 것을 다 외우고 있을까요? 그런데 입으로 말하는 시공을 초월한 숫자들을 들으면 주문같이 삶이 조금 홀연해집니다.

김 노인은 6호선을 타고 화랑대역에서 내려 불암산을 걸어와 전망대와 삿갓봉공원의 운동기구를 차례로 다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나도 같이 쓰레기를 줍고 몇 번이나 튀어나온 돌부리와 죽은 나무뿌리를 파낸 적이 있습니다. 한강과 우이령, 뚝섬 서울숲, 서울대공원, 북서울꿈의숲을 가기도 하는데, 주무대는 노원입니다. 그 연세에 천하를 주유한다 할 만합니다.

5년 전 처음 봤을 때 김 노인은 나를 윤씨 동생이라고 하면서 형님으로 부르라고 했습니다. 싫지 않았습니다. 평생 술, 담배, 군것질도 안 하고 하루 15천보를 걷습니다. 공장에서 나온 것들과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들은 여간해서 곁눈질도 하지 않습니다. 배낭에 다 있으니까요. 공원에 오면 평상부터 닦고 주변을 청소한 다음 배낭에 든 것을 줄줄이 꺼냅니다. 포대화상 같습니다. 나눠줄 각종 차와 형수님이 쪄주신 고구마와 옥수수, 견과류에 육포를 찢으면서 같이 앉은 분들과 이야기합니다. 자연과 환경 이야기, 그리고 살아가는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입니다. 가끔 숨기고 싶은 속사정도 오고 가는데, 거기에도 잔잔한 울림이 있습니다. 그동안 팬들도 여럿 생겼습니다. 형님이 가방을 열면 하늘에서도 팬들이 내려옵니다. “얘들아!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먹어라!” 새들에게도 먹이를 줍니다.

우리 두 식구가 한 달 130만원으로 살아!” 처음에는 겸양의 말씀인 줄 알았습니다. 노령연금과 개인연금이 있다고 했습니다. 두 분 것을 다 해도 130만원이라고 합니다. 다친 다리 탓에 버스비가 한 달에 5만원씩 나옵니다. 아파트 관리비는 20만원이라고 합니다. 고혈압, 당뇨 같은 것이 없어서 병원비와 약값은 들지 않습니다. “옷이야 있는 것 많고, 먹는 것이야 얼마나 들어?”

63세부터 일을 하지 않고 일요일에만 쓰던 장비들을 동묘 풍물시장에 내다 팝니다. 내 몸 같은 장비들을 처분하는 그 마음이 어떨까요? “잘 써먹었지. 지금도 멀쩡해! 지난주에는 5만원 벌었지롱.형님은 아이처럼 맑습니다. 나는 가끔 동묘에 갑니다. 나도 형님의 고객이 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소득 35천불에 주가가 7천 포인트를 돌파하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통계상 서울에서 노부부가 한 달에 300만원은 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형님에게는 이것이 오만과 편견이 아닐까요?

형님은 묘하게 끌렸습니다. 그것이 뭘까? 형님을 만나면 작은 것들이 자주 눈에 밟힙니다.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 만큼 힘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봄바람 같은 그 끌림이 미니멀 라이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알고 있지만 잘 안되는 작은 것들에 형님은 진심입니다. 오늘도 누가 버린 종이상자를 주워 국립공원 23개소를 완성했는데, 유심히 보던 91세 어르신이 탄복하면서 작품을 찍었습니다. 모레는 딸이랑 사위가 손녀를 데리고 온다고 좋아하십니다. 형님은 늘 그렇게 앉은 자리가 꽃자리!”입니다. 허허로운 형님은 숫자처럼 솔직하게 미니멀 라이프로 살아가는 서울의 수도승입니다.

노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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