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반짝이는 존재의 근원
무더위 아래 빛나는 분수의 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반전이 있다며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의 응원 구호였다. 숱한 시험 앞에서 좌절하는 청년에게도, 흰 머리카락 날리며 은퇴한 노년에게도 끝은 한참 멀었다며 용기 내라고 했다.
정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고비 넘겨서 이제 숨 좀 돌리려 하면 또 닥쳐오는 불행들. 비겁하더라도 잠시 도망가고 싶은데, 그조차 용납이 안 되니 차라리 여기서 그만하고 싶다. 매일매일 또 다른 난관과 숙제만 따지는 뉴스는 그래서 신문이건 방송이건 보기가 싫다.
탄핵에서 새 대통령 취임까지 기회만 있으면 얼룩을 내려던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의외로 싱겁게 타결되었다는 소식에 긴장이 풀렸다. 이게 조선의 힘이고, 마스가(미국 조선업 중흥을 중심으로 제시한 대미협상안)의 효력이라고 안도했다. 이제 마지막 도장을 찍으러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원자력발전, 북해항로 논의도 있을 텐데, 주한미군도 있고, 반도체 지분요구도 있다. 대통령이 미국 가는 길에 일본을 먼저 들른 게 그렇게 논란이 되어야 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간 약속은 뒤집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 트럼프와의 협상은 끝난 게 아니다.
민생회복 쿠폰으로 잠시나마 국민주권 정부의 효용감을 느꼈을까? 친구들 만나 넉넉하게 술 한 잔 하겠다는 마음은 미루었다. 이 더위에 취하면 그르치기 십상이다. 2차가 또 있다니 살짝 설렌다.
유난스러운 이 더위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입추에 처서까지 지났는데, 새벽까지 식지 않는다. 아침마다 야외활동은 자제하라는 안전문자가 온다. 밤은 자야 할 시간인데, 늦게까지 뒤척이게 한다. 차라리 일어나 바깥바람에 산책하는 것도 나름 방법이다.
초안산이나 불암산, 수락산에도 데크길이 마련되어 야간산책이 어렵지 않다. 눈앞에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을 보며 뜨겁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평안을 느껴보자. 또 한강까지 달려가는 야간 자전거도 시원하다. 가는 길에 만나는 당현천 분수, 새로 가동되는 경춘선철교 분수, 한강의 반포대교 분수까지 화려한 불빛쇼. 시원스레 뿜어 올리는 물줄기와 그 흥겨운 연출에 잠시 쉬어가도 좋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신나는 순간이 펼쳐지기를 바라면서.
이 뜨거운 여름날이 다음에 또 올 터이다. ‘관측 이래 최고 기온’ ‘수년만의 폭염’은 매년 갱신될 것이다. 그래서 기후위기라고 한다. 반복되고, 예측되는 재난은 사실 재난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곧 적절한 실천적 대안이 나올 것이고, 거기에 따라 차분히 대응하면 또 견딜만할 것이다.
좀 더 긴 호흡, 넓은 시야를 가져보자. 거리를 시간으로 표시하는 지경까지 나아가보자. 138억년 전의 빅뱅으로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에서 시작한 별의 탄생과 초신성 폭발로 뿌려진 생명의 씨앗들. 존재의 기원을 생각하면 웅장해지는 삶을 느끼게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노원신문 1091호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