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시 하나 18
어떤 삶
박건양 노원문인협회 회원
너럭바위 한 귀퉁이
앙증맞은 소나무
땅에 허락받지 못해
바위틈에 묻은 집념
억센 뿌리 길러냈다
-시집 『바람의 말』
보도블럭 틈에 자라는 풀을 볼 때마다 식물의 적응력에 놀란다. 백년을 산 중계동 은행나무 앞에 서면 건강인생 겨우 60년인 인간으로서 한없이 쭈글해진다.
식물의 생존전략 중 과도한 햇빛을 피하는 방법은 새롭다. 잎 표면에 털이나 왁스층을 형성해 햇빛을 반사하거나, 잎을 수직으로 세워 햇빛을 최소화하거나, 잎의 엽록소 함량을 조절해 강한 햇빛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숲의 최후 주인인 활엽수에 밀려나 '저 산 위에 소나무’로 사는 것도 침엽수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시인은 소나무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를 기술하며, 그 생존전략을 ‘집념’이라고 했다. 바위틈에 집념을 묻고 그 결과 억센 뿌리를 길러냈다는 것에서 포기를 모르는 소나무의 기상이 느껴진다. 시의 모양도 작은 소나무처럼 뿌리, 보일 듯 말 듯한 가는 줄기, 그 위에 퍼진 가지가 연상된다. 아담하고 간결한 시각적 구조를 갖추었다. 시인의 시에 대한 ‘집념’으로 체화된 노련미가 느껴진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