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시 하나17
어떤 생명
도경원 한국시낭송치유협회 회장
신호등 앞 길게 늘어선 차량
잠시를 못 참고 왜인가
고개 내밀어 두리번거리는데
나를 보고 있는
시선에 소스라친다
앞에 있는 화물자동차 적재함 위
녹슨 철창 안에서
호식가의 손에
사정없이 분해될 육신을 누인 채
원망스레 바라보는 눈동자들
내가 조급해하던
그 짧은 시간이 저들에게는
생명 연장의 시간이었던 것을
나는 또 내 편견의 잣대로
세상을 잰다
*여름날 교차로에서 신호등 기다리다 수많은 개들이 철망 속에 갇혀서 실려가는 모습을 보고.
-시집 『회상』
이 시를 읽으면 수락산 기슭 나무에 목 매달린 하얀 스피츠가 입 밖으로 늘어진 혀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하체를 말아 올리던 모습과 “애들은 가라.”고 쫓던 아저씨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동대문 청평화시장 뒤 광장 개소주집에서 나던 개의 비명소리도 들린다.
시에는 환기 효과가 있다. 그중에 감정적 치유와 위로가 있는데 슬픔,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일깨워 심리적 안정과 치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 공감도 있는데 시를 읽으며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대리 체험하며 그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 시를 읽으면 개살육에 대해 시인도 슬프고 불편한 감정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식의 공유로 지난해 개식용 금지법이 생겼다.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이면 개식용이 종식된다.
개식용을 반대한 이유는 사람과 개의 유대이다. 유대관계는 개의 공감 능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공감 능력은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시가 키워주고 있으니 긴 시간 노원구 실버카페 등에서 어르신들이 시낭송을 하며 공감과 소통을 하도록 봉사해 온 도경원 시인의 공로는 참으로 크다고 하겠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