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시 하나 7
꽃자리에 내 마음
류금선(노원문인협회 이사)
스치듯 지나는 마음이 아니기에
그대를 남기고 가는 봄
꽃이 눈처럼 하늘하늘 흩날릴 때면
가슴 싸하던 그리움이
꽃잎의 이별 같아서
손 놓기 싫어 울렁이니
모든 인연을 몽매하며
지나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스치듯 지나는 마음이 아니기에
그대를 남기고 가는 봄
고뇌조차도 승화시킬 그런 날이 오면
가슴에서 꽃이 피어날 것이라고
또 다른 계절에도 나를 보라고
그렇게 꽃자리에 나를 남긴다
-제8시집 『바람둥이 애인』 중에서
영산홍 꽃 진 자리에 처연히 잎 돋아나는 5월이다. 중생들도 생의 번뇌에서 벗어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신 석가모니불 탄신일도 지났다. 하얀 링거병 같은 아카시아꽃의 향기가 사람 사는 마을로 내려설 차례다. 그 향기에 또 혼미로울 것이다.
사랑은 화학 작용이라고 한다. 페로몬(호르몬) 장난에 따라 한때는 마음이 대보름달이었다가 어느 때는 낫 같은 초승달이 되기도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랑에도 항체가 생긴단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유통기한은 화장품과 비슷하다. 불교에서는 이를 ‘시절 인연(時節因緣)’이라 부른다.
시인은 시절 인연이 끝난 뒤의 그리움을 노래한다. “고뇌조차도 승화시킬 그런 날이 오면/ 가슴에서 꽃이 피어날 것이라고” 주문을 왼다. 꽃 진 자리치고 아름답다. 이별도 시인처럼 잘해야 한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