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별, 암 투병 모두 이겨내는 힘
서울 동북부 영웅시대 이병남 회원, 3천달러 기부
'가브리엘 작업장' 장애인 여행 지원
사람이면 겪을 수밖에 없는 생로병사의 고통, 이를 마주하고 삶의 방식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한 사람들이 있다. 서울 동북부 영웅시대 이병남 회원이 그런 경우다.
가수 임영웅의 팬클럽인 서울 동북부 영웅시대(방장 천영인)가 지난 4월 18일 오승록 구청장을 방문하여 3천달러(411만원)를 기부했다. 기부금을 내어놓은 사람이 이병남(미국명 그레이) 회원이다.
이병남 회원이 통 큰 기부를 하게 된 계기는 남편의 사망과 본인의 암투병을 겪으면서였다.
“남편은 주한미군을 제대하고 우리나라에서 미군무원 생활을 한, 참으로 자상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5년 전 19년 8월 5일, 미국에 가 있는 아들에게 휴가차 갔다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저는 한국에 있었기에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미국에 가서 장례 치르고 돌아와 집 정리까지 싹 하고 나니 우울증이 시작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러던 20년 1월 2일,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임영웅 가수의 노래를 듣게 됐다. ‘바램’ 이었다. 얼마나 좋은지 펜클럽에도 가입하고 콘서트도 갔다. 좀 좋아질 만하니 몸이 이상했다. 유방암이었다.”
그후 이병남 회원은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몸은 힘들지만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치유했다. 그리고 임영웅 가수가 모범을 보인 선한 영향력을 본받아 서울역 쪽방촌 급식 후원과 봉사를 하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심’을 심어주었다. 그러다가 올해는 노원으로 눈을 돌렸다.
“주택화재보험이 4월 초에 환급이 됐다. 우리 남편도 하늘나라 가는데 보니 한푼도 안 갖고 갔다.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이 돈을 좋은 데 쓰고 싶었다. 이천에 거주하지만 천영인 회장을 소개받고 서울 동북부 영웅시대에 가입했다. 그래서 기부처를 어려운 분들이 많은 노원으로 정했다.”
이병남 회원이 기부한 3천 달러는 노원교육복지재단을 통해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가브리엘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여행경비 등에 보탤 예정이다.
천영인 방장은 “이병남 회원을 10개월 전에 처음 뵀다. 항암 끝나고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였다. 그땐 얼굴도 많이 붓고 안 좋았는데 요즘은 점점 더 예뻐지신다. 머리도 많이 길었다. 임영웅 가수한테 받는 위로도 크지만, 이렇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점점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는 영웅시대를 통해서도 행복감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이병남님은 평소에도 사람들을 초대해 손수 식사대접하는 것도 좋아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베푼다. 보험금을 타서 여행을 갈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 꼭 쓰고 싶다고 3월부터 밝혔다. 그런 마음을 내는 분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승록 구청장은 “영웅시대 회원분들께서 지역의 소외된 분들에게 꾸준히 내미는 손길에 매번 감사드린다. 영웅시대의 선한 영향력이 꼭 필요한 곳까지 곳곳에 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년 10월 발족한 서울 동북부 영웅시대는 21년도부터 기부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노원지회(회장 유수현)에 1564만원을 기부했고, 가을에는 노원교육복지재단 희망나눔 김장행사에 870만원을 후원하는 등 3년간 1억원 넘게 기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들역 지하에 모임 사무실도 마련했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