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이라면 어디든 간다”
김돈식 서울시자율방재단연합회장
김돈식 서울시자율방재단연합회 회장은 지난 9월 8일, 동북4구와 강남구 자율방재단 83명을 이끌고 거제도 수해 현장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거제시농업기술센터는 물이 2.5m까지 차올라 식물은 모두 죽고 흙더미가 쌓여 있었다. 비닐하우스를 살리기 위해 중장비 대신 사람 손으로 흙을 퍼내고 비닐을 걷어냈으며, 쓸려 내려간 분재와 쓰러진 조형물을 옮기는 작업도 이어졌다. 노원구청 안전도시과에서는 식사를 준비해 제공했다. 복구율이 70%를 넘는다는데도 현장에는 여전히 손길이 필요했다.
김돈식 회장은 지난 3월, 25개 자치구 자율방재단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회장으로 선출됐다. 노원구자율방재단은 23년 5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현재 동별로 50~100명씩 총 174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자율방재단은 재난·재해를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나가 2차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봄에는 산불 예방 활동을 벌이고, 여름에는 홍수에 대비해 배수구를 점검하고 하천을 순찰한다. 가을에는 상가 화재안전점검표를 만들어 점검에 나서고, 낙엽과 담배꽁초로 막힌 배수구를 정비한다. 겨울에는 제설 작업을 맡아, 염화칼슘을 뿌리거나 빗자루로 쓸어낸다.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는 ‘힐링냉장고’운영도 자율방재단의 몫이다.
활동에 정해진 휴일은 없다. 새벽 6시, 밤 12시 소집도 예사다. 모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무보수 봉사다. 김돈식 회장은 “회원은 여성이 70%로 여성 참여가 두드러진다. 지역단체 소속 회원도 있지만 순수 동네 주민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는 지난여름 월계동 수해를 꼽았다. 원단공장 지하실에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찼을 때 양수기로 신속하게 물을 빼낸 일이다. 25년 여름에는 충남 예산 수해 현장에 서울시자율방재단연합회에서 150여 명이 투입돼 비닐하우스를 정리했다. 외부 기온이 33도일 때 하우스 안은 45~50도에 달했고, 5분만 있어도 속옷까지 젖을 정도였다고 김돈식 회장은 회상했다. 소금 알약을 먹어가며 버텨야 했던 현장이었다.
김돈식 회장은 월계1동 주민자치회장과 노원구 협치의장을 지냈다. 55세까지 사업에 매진한 뒤로는 봉사에 전념하겠다고 결심해, 현재 경영하는 ㈜태영아이엔티는 직원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결재만 챙기고 있다. 이 회사는 1995년 자동으로 탱크 상황을 감지하는 주유소 유량계를 개발해 특허를 낸 벤처기업이다. 이노비즈기업(Inno-Biz,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EM(Excellent Machine 품질인증)도 받은 우량기업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노원구에서 53년째 살고 있는 김돈식 회장은 신생중앙교회 수석 장로로 태국 치앙라이와 탄자니아 등 해외 선교 봉사도 다녀왔으며, 백석대학교 백석교단 회계도 맡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고장 난 물건을 고치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김돈식 회장은 고등학생 때부터 고물상에서 싼값에 산 선풍기를 고쳐 경로당에 지원하는 등 전자제품 수리 봉사를 이어왔다. 보일러가 고장 났다는 연락을 받으면 새벽 3시에도 달려가 고쳐준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누운 채로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는 리모컨을 만들어 15년부터 계속 월계동 100여 가구에 설치해 준 일을 가장 보람 있는 활동으로 꼽았다.
김돈식 회장은 재난 발생 시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금까지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는데 앞으로도 남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 봉사는 봉사로 끝나야 참맛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돈을 주면 시키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봉사가 아니라 노동이 된다. 오로지 봉사가 좋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