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02 12:26

  • 연재물 > 어르신

시원한 나눔, 안전한 운영 ‘힐링 냉장고’

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기사입력 2026-07-19 02:41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시원한 나눔, 안전한 운영 힐링 냉장고

아침까지 무더운 날, 숨이 턱턱 막히는 혹서의 계절. 볶아대는 매미소리가 목 타는 여름. 물소리, 바람소리 시원한 계곡. 불암산으로 갑니다. 거기 가면 나비정원 힐링 냉장고!

벌써 열대야와 온열환자가 속출하는 폭염의 계절입니다. 재난이 된 기후변화는 취약한 이들과 야외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더 가혹합니다. 뉴스를 보기가 두렵고 고물가와 교통지옥에 피서를 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국 최초로 노원구에서힐링 냉장고가 시작된 20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냉장고에 생수만 덜렁 비치했는데 뜬금없는 공짜에 누군가 생수를 싹쓸이하기도 했습니다. 세금을 낭비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 뒤 구청에서는 재난안전도우미를 모집하고 체계적으로 물을 관리했는데, 정년퇴직한 나도 노랑조끼를 입고 물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뙤약볕에 4시간씩 물을 나눠드리는 일은 봉사정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철을 만난 모기들은 극성이고, 코로나19로 마스크와 위생장갑까지 착용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좋았습니다. “고맙다.”고 말하는 동네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그런 말을 듣기가 쉽지 않은 직장을 다녔는데, 물 한 병에 주고받는 그 말과 작은 미소는 내게 생수보다 시원했습니다. 그냥 지나치던 이웃들도 갈증날 때 만나니까 차츰 할 말 못 할 말을 다 하게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게 된 것이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새 세상에 눈을 뜬 것 같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너른 그늘막과 힐링 냉장고가 무더위를 식혀주는 오아시스가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때 만났던 많은 사람은 나의 좋은 이웃이 되었습니다. 물을 나눠준다는 소문이 나니까 먼 동네 사람들까지도 나비정원으로 몰려들고 언론과 방송도 취재를 나왔습니다. 그 덕에 나도 동네 사람들과 방송3사를 비롯해서 언론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정년퇴직 후에 좀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하던 차에 내게 힐링냉장고는 축복이었습니다.

사람의 일은 사람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고향에 가 있던 제게 전화까지 해 힐링냉장고와 재난안전도우미를 맺어주신 양수남 회장께 늘 감사합니다. 그런 노력과 인연 덕분에 노원구에서 처음 시작한 힐링 냉장고가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된 보통명사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구청에서 힐링냉장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재난안전도우미가 확대되고 보완된자율방재단입니다. 새로 당선된 서준오 구청장의 인사말씀이 있었습니다.

올해도 722일부터 820일까지 노원구 산책로와 하천 변 18곳에서 녹색 조끼를 입은 자율방재단원들이 2시간씩 교대하면서 생수를 나눠 드립니다. 폭염에 물 한 병은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생명이 되고, 우리가 그런 분들과 더 가까이 있게 하는 은총입니다. 같이 가면 올여름의 폭염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또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살아있는 힐링 냉장고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물을 나눠드리게 될 나비정원의 오아시스를 둘러봅니다.

노원신문
 

 

1129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