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나비정원 생태연못의 개구리 커플
“와~! 아버지와 딸 같아~!”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우리 손주 닮았네!”
나비정원의 생태연못에 새로 생긴 개구리 한 쌍을 보고 아침에 운동 나온 주민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버들강아지와 억새풀만 수북했을 때도 사람들은 이곳을 ‘연못’이라고 불렀습니다. 재작년에는 연을 심었습니다. 연은 해가 다르게 뿌리를 내려 말 그대로 아담한 연못이 되었습니다. 찬연하게 빛나는 연꽃과 ‘꽃 모닝’을 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
얼마 전 수면 위로 한 평 남짓한 받침대가 생겼습니다. 다들 궁금해했는데, 드디어 그 위에 피리를 부는 「개구리 커플」이 선을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웃었습니다. 나도 문득 교과서에 실렸던 청개구리가 떠올랐습니다.
작품 설치를 막 끝내고 작가들이 다 모여 있었습니다. 「문일공방」의 문형식 대표와 노원미술협회 지정열 작가, 구본준 작가입니다. 낯설지 않은 분들이라 즉석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펼쳐졌습니다. 3명의 작가가 조각과 채색, 배치까지 두 달에 거쳐 완성했다고 합니다. 재료는 국내에서 자란 메타세쿼이어라고 합니다.
작가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조금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문형식 대표가 스마트폰을 열어서 그동안 제작한 작품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양한 개구리들을 더 배치해서 스토리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우산을 받쳐 든 개구리 가족, 천적과 ‘맞짱’뜨는 용감한 개구리, 개구쟁이와 말괄량이, 추기경과 포대화상 개구리. 참회하는 개구리, 자전거를 타는 개구리 등.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다 보여주는 개구리들의 향연 말입니다.”
생태연못 바로 위 '아트포레'에서 개구리 전시회를 열었던 이경철 전 구의회 의장이 생각났습니다. 각국을 여행하면서 모은 개구리들이 3000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 작품들을 개인이 소장하면 가보가 되지만 기꺼이 내놓으면 우리 사회의 문화가 되고 자산이 됩니다. 전에 했던 개구리 작품전을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뱀과 개구리 이야기, 그리고 고향을 떠난 것과 객지생활의 애환까지 회포를 풀었습니다. 한순간에 문득 친해졌습니다.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사실, 작품 속 노랑나비가 내 ‘아내’예요. ‘노랑나비’ 하면 아는 사람은 다 알아주거든요.” 나는 작품에 숨겨진 내력에 맞장구를 치면서 웃었습니다. “문일공방에 한번 놀러 오세요. 과기대 앞에 있어요.” 좋은 작품을 앞에 두고 3인의 작가들까지 횡재한 것처럼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사실적인 작품은 지식을 전해줍니다. 그런데 풍자와 해학은 우리에게 지혜와 교훈을 일깨워 줍니다. 작품들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 보고 듣고 느끼는 이들의 몫이 됩니다. 「개구리 커플」을 보면서 손주들에게 ‘지금은 없는’ 개구리의 전설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생태연못의 작은 개구리 커플이 우리 동네의 명물이 되고 우리에게 지혜와 교훈을 주는 명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침마다 웃을 일이 덤으로 하나 더 생겼습니다. 고맙습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