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영월 단종 유배지
험준한 암벽, 삼면의 물줄기 안에 갇힌 처연함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관객수 1681만)하면서 돌풍을 일으키자 배경이 된 영월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산이야기 여행도 스크린의 여운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역사 현장을 찾는 계획을 하였다. 여행코스는 청령포-식사-장릉-선돌-한반도지형이다. 최근 영월이 관광객 증가로 엄청 막힌다며 청령포를 일찍 가면 덜 막힌다고 하여 먼저 찾기로 하였다.
청령포(淸泠浦)는 단종의 유배지로 한쪽은 험준한 암벽이고 삼면은 물줄기가 감싸고 있어 마치 섬처럼 보이는 곳이다. 영월에 들어서자 풍광이 아름다운데, 시멘트 공장이 눈에 띄었다.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청령포에 도착하였다. 겹겹이 층을 이룬 산세와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한 폭의 풍경화였다. 붐비지 않았지만 배 타는 줄은 약 100m쯤 일렬로 서 있었고, 나룻배가 연실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뱃길이 짧아서 금방 청령포에 닿았고, 강변 너머에는 푸른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숲속으로 들어가니 단종이 머물던 단종어소와 궁녀들이 기거했던 행랑채가 나타났다. 단종어소 방에는 곤룡포가 걸려있어 역사적 아픔을 느꼈다. 담장 밖에서 어소를 향해 구부러진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엄흥도 소나무’라 불린다. 숲 가운데에 600살이 넘은 노거수가 있는데 단종의 슬픔을 보고 들었다는 뜻의 관음송(觀音松)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관음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이다.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전하는 노산대, 한양에 남겨진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은 망향탑, 민간인 출입 금지를 알리는 조선 후기 석비인 금표비가 있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단종의 무덤인 장릉이다. 장릉은 다른 조선 임금의 묘와 달리 서울에서 멀리 있다. 장릉으로 들어가니 다른 임금의 묘역과는 상이한 모습이었다. 먼저 높은 언덕을 올라 능을 보니 소박하고 간소하였다. 장릉 앞에는 남양주 사릉(정순왕후의 능)에서 옮겨 심은 소나무가 있어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입구 쪽에는 제사 때 이용되는 정자각,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묘를 만든 엄흥도의 정려각,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신하들의 위패를 모신 장판옥 등이 눈길을 끌었다.
단종의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떠나 이번에는 자연풍광이 멋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선돌을 찾았다. 단종이 청령포로 가는 길에 선돌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고 한다. 선돌은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을 이룬 곳으로 높이 약 70m의 입석이다. 전망대에 서니 서강이 흐르고 옆에 2개의 석회암 기둥이 우뚝 솟아 눈길을 사로잡았다. 산과 강, 선돌의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강 건너 멀리 운치 있는 한옥 호텔이 보이는데, 1박 하는데 상당히 비싸다고 한다.
선돌을 뒤로하고 이동한 곳은 한반도를 빼닮아 붙여진 한반도 지형이다. 굽이쳐 흐르는 하천의 침식과 퇴적 등에 의하여 만들어진 지형이다. 전망대에 서자 우리나라 지도와 거의 똑같은 지형이 펼쳐져 신기하게 보였다. 강에는 전통 뗏목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뗏목은 물살을 찬찬히 가르며 움직이고 있어 낭만적이었다. 한반도 지형 가까이에 시멘트 공장이 우뚝 서 있어 어울리지 않았다. 멀리 석회암을 캤다는 산은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산하면서 석회암이 녹아 만든 웅덩이인 돌리네와 석회암 지대에서 잘 자라는 회양목 군락을 둘러보았다.
김재창 ☎010-2070-8405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