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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의 개와 고양이

생명 존중의 원칙, 배려와 이해로 공존

기사입력 2026-03-0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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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신문 1112호 사설

따뜻한 봄날의 개와 고양이

생명 존중의 원칙, 배려와 이해로 공존

날이 풀리면서 수락산이고, 불암산에도 휴일을 즐기는 등산객이 부쩍 늘어났다. 응달엔 아직 얼음이 보이지만 남향의 계곡에는 시냇물이 졸졸거린다. 사람들의 걸음에 깊이 파인 등산로 옆의 신갈나무는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져가고 있다. 데크를 설치하거나 매트를 깔아 침식을 막기도 하고, 일부 구간은 환경복원을 이유로 출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며 담소하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도 있고, 가벼운 차림으로 경쾌하게 오르는 젊은이도 있다. 쓰레기를 줍는 등산객이 있는데, 눈이 마주치면 안녕하세요반가운 인사도 나눈다.

그런데 인사를 하고 소리치며 받으면 사람이라도 놀라지 않겠는가? 그런데, 공중도덕을 모르는 동물이 달려들면 당황하게 된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을 주행하던 행인이 덩치 큰 반려견이 달려드는 바람에 쓰러져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견주는 반려견의 목줄도 채우지 않은 채 중랑천을 걷고 있었고, 사고가 난 뒤에는 피해자가 쓰러진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달려가는 반려견을 쫓아간다며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 견주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사고 110개월만에 재판부는 징역 110개월을 선고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적용된 법은 동물보호법이다. 반려견 외출 시 필수적인 목줄을 채우지 않는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살인 동기나 계획성 등에 따라 실제 선고 형량은 달라지지만 형법 제250조에 따른 살인죄 형량은 기본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개가 사람을 물려는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짖는 개를 피하려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다. 산책길에 어린 딸에게 뛰어와 짖는 개를 발로 찬 사건이 있었다. 견주는 그냥 말리면 될 걸 왜 발로 차냐?”며 항의했고, 당연하듯 개의 치료비를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자 신고했는데, 경찰은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24년 말 기준 우리나라 반려인구는 1500만명으로, 전체 가구의 26.7%에 달하는 591만 가구에서 반려견 546만 마리, 반려묘 217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반려견은 줄어드는 반면 반려묘는 증가하고 있다.

가족 구조가 축소되면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직장인도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 또 반겨주는 이 없는 불 꺼진 방의 반려동물은 정서적 교감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가족 역할을 대체한다. 이런 '펫펨족(Pet+Family)'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관련산업인 '펫코노미'도 급성장하고 있다. 암컷, 수컷이 아니라 남자, 여자로 성별을 구별하며, 자신을 언니, 오빠라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개, 고양이일 뿐이다.

이 두 개의 시선 차이를 메꿔주는 펫티켓이 중요하다.

반려인은 법적 의무를 준수하여 비반려인의 위생과 안전을 지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사육의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비반려인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다른 사람의 혐오를 벗어나 생명 존중의 자세로 공존할 수 있다.

따듯한 햇살은 사람만이 즐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나 풀들이 그렇듯 개와 고양이에게도 기분 좋은 봄날일 것이다.

 

112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