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연천, 철원 두루미 탐조 여행
흰옷에 붉은 고깔을 쓴 겨울의 진객
이번 여정은 서울 북쪽 지역인 재인폭포-역고드름-철원평야이다. 인구소멸지역이라 한가하고 조용한 곳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철원평야는 겨울에도 먹이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시베리아에서 겨울철새가 내려와 월동하는 대표적 도래지이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두루미인 ‘학’을 보는 것이다. 작년에는 재두루미만 발견하고 학을 보지는 못했다.
동료와 같이 승용차로 연천군 전곡읍을 지나자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나타났다. 이곳은 화산지형이라 하천이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으로 쏟아진다. 주상절리 사이에 있는 재인폭포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그런데 몹시 추워 물은 얼음이 되어 빙벽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얼음기둥이 우뚝 서 있어 경외감이 들게 하였다.
다음으로 연천 고대산 자락에 있는 폐터널의 역고드름을 향했다. 일제강점기에 만든 터널이 6·25 당시 폭격으로 터널 위쪽에 균열이 생겨 물이 떨어지면서 역고드름이 생겼다. 역고드름의 원인은 알았지만, 막상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경원선 철도의 일부였고, 인근에는 폐철교도 있어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북쪽으로 조금 더 가니 철원이 나왔다. 철원은 한반도의 정중앙에 있다. 한때 강원도 제2의 도시였으나 남북분단과 6·25 전쟁으로 파괴되고 크게 쇠락했다. 1945~1951년에는 북한이었으나 6·25 이후로 대한민국이 되었다.
철원은 남한의 내륙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용암대지이다. 용암이 솟아올라 물처럼 넓게 퍼져 흐르면서 철원 일대의 낮은 부분들을 메우면서 현재와 같은 용암대지를 형성하였다. 특산물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철원오대쌀이다. 철새가 날아와 논, 하천 주위엔 두루미(멸종위기Ⅰ급),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등이 겨울을 난다.
약 5분을 달려 경원선 철도인 백마고지역에 도착하였다. 이 역에서 금강산선이 분기하였다. 철원에는 원래 철원역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서울역과 비교 대상이 될 정도로 경원선에서 손꼽히는 역 중 하나였다. 현재는 전쟁 피해로 완전히 파괴되었고, 민통선 이북이다.
화려했던 철원의 과거를 생각하며 철원평야를 거닐면서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찾았다. 작년 겨울에는 두루미는 못 보고 재두루미만 보았다. 두루미는 몸통이 하얀색이고 재두루미는 몸통이 회색이다. 두루미와 학은 같은 새를 가리키는 말로, ‘두루미’는 순우리말이고 ‘학(鶴)’은 한자식 표기이다. 학은 십장생의 하나로 소나무와 함께 그려져 장수를 표현한다. 두루미는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새 중 하나이다. 큰 소리를 내고 이름은 “뚜루루루~ 뚜루루루~”라고 우는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멀리서 재두루미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재두루미는 두루미보다 숫자가 많아 눈에 자주 띄었다. 조금만 다가가면 눈치를 채고 날아가 버린다. 가까이서 관찰하려면 차 안에서 보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찾아 드디어 몸통이 하얀 두루미를 발견하였다. 학이었다. 머리 꼭대기는 붉다고 하는데 멀어서 확인할 수 없었다. 2마리가 열심히 모이를 쪼아 먹고 있었다. 두루미는 대체로 암수와 새끼가 함께 형성한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생전 처음 보는 학이었다. 흥분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조심스레 다가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학은 눈치를 채고 서서히 도망가기 시작하더니 “뚜루뚜루” 하며 이내 하늘로 비상하였다. 그 우아한 자태에 넋을 잃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김재창 ☎010-2070-8405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