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전남 담양 힐링여행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지조와 절개
추운 한겨울에는 관광지 찾기가 쉽지 않다. 피서지는 많아도 피한지(避寒地)는 없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 대나무를 즐기려 담양행을 결정하였다.
담양은 대나무로 유명하다. 풍수적으로 담양은 봉황(鳳凰)과 관련이 있는데, 봉황의 먹이가 바로 대나무 열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담양 음식으로는 떡갈비와 대나무통에 밥을 넣어 만드는 대통밥이 유명하다. 담양 딸기와 담양 죽순이 지리적표시로 등록되어 있다. 죽순은 영양 성분이 다양한데, 담양에서 전국 죽순의 절반 이상이 생산된다. 대나무 돗자리는 겨울에는 온기를 보전하고, 여름에는 냉기를 품어준다.
여행코스는 죽녹원-명옥헌-소쇄원이다. 죽녹원은 울창한 대나무숲으로 담양군이 성안산 일대를 조성하여 2003년 개원했다. 명옥헌은 배롱나무로 조경한 조선시대 민간정원이다. 소쇄원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별서정원이다.
여행에 나서는 날, 일부 지역에 폭설이 내린다는 뉴스가 있어 걱정되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 담양으로 들어서자 눈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죽녹원(竹綠苑) 정문에 ‘붉은 화살 문’이라는 뜻인 홍살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입구부터 울창한 대나무가 반겨주었다. 다른 곳의 대나무와는 다르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었고 굵었다. 죽녹원에는 왕대, 솜대, 맹종죽 3종류가 있다.
죽녹원에는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2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대나무 숲을 걸으니 정신이 맑아지고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안내판에는 죽림욕이 음이온 발생, 풍부한 산소 방출, 심신 안정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대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잎을 자랑하고 곧게 자라기 때문에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대나무 숲이 끝나고 한옥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단순한 한옥들이 아니고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재현한 한옥들이었다. 담양의 7개 대표 정자를 재현한 것도 있었다. 다음으로 볼 예정인 명옥헌, 소쇄원 광풍각이 있어 반가웠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옥체험장이다. 알아보니 예약자가 밀려 신청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대통밥을 먹으러 관광지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반찬들도 대나무 그릇에 담겨 나왔다.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명옥헌 원림(鳴玉軒 苑林)으로 향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부딪는 소리와 같다고 하여 이름 지었다. 차에서 내려 좁은 마을길을 약 15분간 걸어 들어갔다. 명옥헌이 한눈에 펼쳐졌다. 규모는 아담하였고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작은 연못과 정자가 정답게 느껴졌고, 수많은 배롱나무가 정원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었다. 배롱나무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명옥헌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마지막으로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중기 정원 가운데 대표적인 소쇄원(瀟灑園)으로 향했다.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계류를 중심으로 하여 산기슭에 터를 잡고 있었다. 규모가 상당히 커서 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고, 한 개인이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정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시인, 묵객들의 방문이 그치지 않았던 곳이었으며, 그들이 남긴 시들이 현재까지 전해 오고 있다. 계속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김재창 ☎010-20070-8405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