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일상, 유행이 아닌 ‘방향’을 읽다
‘26 트렌드는 왜 알아야 할까?’
최근 구청에서 진행된 「2026 트렌드 코리아」 관련 강의에서는 올해 대한민국을 관통할 소비·사회 변화의 키워드들이 소개됐다. 강의는 구청 직원 대상 교육이었지만, 내용은 행정 영역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도 맞닿아 있었다. 트렌드의 핵심은 단순한 유행 예측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는가를 읽는 것이었다.
강연에 나선 「트렌드 코리아」 공동저자 최지혜 박사는 “오늘날의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데이터와 현장 리서치를 통해 축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비 트렌드를 분석할 때 경제 지표, 선거와 같은 거시변수뿐 아니라, 특히 AI가 소비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6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모두 AI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키워드로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가 꼽힌다. 이는 AI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반드시 한번은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최 박사는 “AI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단순 실행이 아니라 기획, 판단, 사실 확인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경험과 안목이 있는 사람이 AI를 더 잘 활용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력과 노하우가 중요한 영역에서 사회초년생이 아닌 중장년층의 AI학습을 통한 역할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소비 트렌드에서는 ‘필코노미(Feelconomy)’가 눈에 띈다. 기분을 진단하고 관리하기 위한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으로, 음식 추천, 콘텐츠 선택, 생활용품 구매까지 감정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강의에서는 “요즘 소비자는 물건이 아니라 감정의 상태를 산다.”는 표현이 나왔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프리미엄 수건이나 힐링 관련 상품이 성장하는 배경 역시 감정 관리 욕구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제로클릭’트렌드도 소개했다.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먼저 판단해 제안하는 방식으로, 검색·소비 구조가 ‘선택하는 인간’에서 ‘제안받는 인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뿐 아니라, AI 알고리즘에 노출될 수 있도록 정보를 설계하는 능력도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강의에서는 이 밖에도 ▲미리 대비하고 계획하는 삶을 중시하는 ‘레디코어’ ▲조직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AX 조직’ ▲짧고 빠르게 소비하는 ‘픽셀라이프’ ▲가치 대비 가격을 해석하는 ‘프라이스 디코딩’ ▲삶의 질 중심의 ‘건강지능 HQ’ ▲개인성과 연결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1.5가구’ ▲고전적인 가치와 믿을 수 있는 원조를 추구하는 ‘근본이즘'이 소개됐다.
강연에서 반복해 강조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트렌드는 1년짜리 유행이 아니라 방향을 읽는 도구라는 점이다. 최지혜 박사는 “모든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흐름을 알면 불필요한 불안과 뒤처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가지기 위해서라도 트렌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은 특정 직군이나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이미 일상과 행정, 소비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이번 강의는 트렌드를 지금 우리 삶의 언어로 번역해 볼 필요성을 환기하는 자리였다.
노원신문 이주현 기자 dwg07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