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당현천에서 (251025/노원달빛산책)
어제저녁에는 당현천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쇠똥구리를 보았습니다. 쇠똥구리는 붉게 물들어 버린 지구를 되살리기라도 하듯 물구나무를 서서 열심히 쇠똥을 굴리고 있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굴려 가며 쇠똥구리는 온몸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앗, 쇠똥구리다!” 누군가가 소리쳤어요. 아이들은 신기해했고, 어른들은 오래된 기억 속에서 그 이름을 꺼냈습니다. 한참 동안 나는 옛날의 푸른 지구를 지키던 그 많은 쇠똥구리 중 몇 마리만이라도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회복이 곧 미래의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의 장바구니 캠페인과 마을 청소도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그 쇠똥구리의 후예들일지도 모릅니다. 어제저녁 내게 비친 달은 힘차게 오늘을 사는 수많은 쇠똥구리들을 생각나게 해 주었습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