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아내가 해주시는 집밥(251017)
병원에서 끼니때마다 환자식을 먹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후딱 먹어 치우곤 한 아내랑 먹던 「집밥」이 그리워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입원한 지 보름 만에 퇴원했습니다. 아내는 추석 음식과 새로 한 생채나물, 내가 따온 호박으로 만든 나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멸치까지 볶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계중앙시장에서 보성녹돈도 사 놓고, 회도 몇 점 남겨두었습니다. 특히 추석 전에 같이 담근 간장게장은 며느리도 잘 먹었고 다들 싸가지고 갔다니까 더 좋습니다.
병원식이야 환자에 따라 맞춤형이지만 금방 허전합니다. 그런데 아내의 식탁은 먹는 나까지 기쁨과 정성이 가득합니다. 아내의 음식비결을 들으면서 천천히 먹었습니다. 많이 먹지 않아도 골고루 먹으니까 든든합니다.
체험학습을 나갔던 손자가 사과를 따왔습니다. 얼마나 땄기에 우리에게까지 그 몫이 돌아왔을까요? 담금주로 안성맞춤입니다. 하지만 손자가 따온 사과를 그렇게 허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제 술과 친하지 않게 된 것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내가 술을 멀리한 날들만큼이나 세월이 참 빠릅니다. 엊그제 같은데 손자는 벌써 말도 잘하고 이렇게 사과까지 따서 보내주었습니다.
고흐가 되고 고갱이 될 때까지 사과의 향을 맡으면서 활짝 웃는 손자의 얼굴을 떠올려 볼 것입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