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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해보고야 알게 된 안전불감증 - 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기사입력 2025-10-10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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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당해보고야 알게 된 안전불감증 (251009)

개천절이면 우리 문중에서는 남양주 별내 봉원재에서 윤돈 시조와 제헌왕후를 비롯한 22위의 시제를 봉행합니다. 조선 성종의 2대 왕비가 되셨지만 폐비되어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에 운명을 달리하신 제헌왕후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저는 더 정성껏 시제를 모십니다. 올해도 벌초를 하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다들 지치고 힘들었지만 종친들은 조상들을 기리면서 정성껏 시제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시제를 마치고 경사진 절개지에서 차를 빼기 위해 서두를 때였습니다. 피곤했던 탓인지 친척 형님은 차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옆 차를 두 번이나 들이받더니 끝내 차를 봐주던 나까지 들이받고 트럭까지 박은 다음에야 멈췄다고 합니다.

그때 정신을 잃은 내가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이었습니다. “언제 기어가 전진으로 가 있었는지 모르겠어!” 70이 넘은 형님은 그렇게 미안함을 토로했습니다. 수십년을 운전해 온 형님이 그런 어이없는 사고를 내다니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몇 달 전에도 형님은 옹벽을 정면으로 들이받아 폐차한 일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형님이 운전을 그만두었더라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쉽지만 나를 치기 전 1, 2차 충돌 때 차를 세우고 나와서 사고 현장을 확인만 했더라도 더 이상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후회에 먹는 약이 없다고 합니다. 요즘 고령 운전자들로 인한 운전사고 소식이 종종 들립니다. 시청 앞 역주행사고도 그렇고, 국립중앙의료원 돌진사고도 그렇다고 합니다.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직접 이런 사고를 당하고 보니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운동신경이 둔해지는 고령 운전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시기에 운전대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로 그친 것이 다 조상님들의 도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원신문
 

96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