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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막걸리와 일모도원(250830) 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기사입력 2025-09-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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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아내의 막걸리와 일모도원(250830)

술을 끊으라고만 하던 아내가 웬일인지 막걸리 한잔하겠느냐고 합니다. 귀를 의심하면서 바라봤더니 감자전을 혼자 먹은 것이 미안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좀 전에 감자 2개를 갈아서 전을 부쳤는데, 저녁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아내는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4호선 너머로 노을이 깔리는 저녁이었습니다. 바다마트에서 막걸리 2통과 과자 한 봉지. 그리고 두부 한 모를 샀습니다. 그 사이 아내는 햄을 썰고 묵은김치를 볶아 근사한 술상을 봐두었습니다. 더 바랄 것 없이 흡족했습니다.

바로 그때 아침마다 카톡을 주고받는 현양님으로부터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사자성어가 도착했습니다. ‘날은 저무는 데 갈 길은 멀다.’ 조금 전 찍은 4호선 노을 사진이 떠오르며 지금의 저에게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막걸리잔을 내려놓고 그 사진에 네 글자를 넣어 꾸민 뒤 현양님께 보내드렸습니다.

오늘 잠들기 전에 조금 더 가야 할 길은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막걸리 한잔입니다. 이 술에 취해 잠들면 꿈에서도 저 하늘의 구름처럼 남은 길을 조금 더 흘러가겠지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군요. 아내의 마음이 참으로 고마운 밤입니다.

노원신문
 

 

 

93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