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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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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긴 생각을 온몸에 괴고 - 박강남

기사입력 2025-07-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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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시 하나14

강은 긴 생각을 온몸에 괴고

박강남 노원문인협회 시분과장

 

물안개가 어둑새벽을 연다

북한강은

문을 잠그는 일이 결코 없다

 

부르지 않아도

홍천, 소양, 춘천강 지류가 모이듯

뭇사람이 찾아와 가파른 시름 풀어놓아

 

깊은 이랑마다 등고선 같은

푸른 목숨 줄

서해로 이어진다

 

강물은 바다에 이르기 전

긴 생각을 온몸에 괴고

늦은 밤, 적막 속에서 마음을 뉜다

 

-시집 바람 없이도 흩날리는 꽃잎

 

산을 떠안고 강이 도시로 오면 가로등이 귀 그물을 펼친다, 강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려는 듯. 하지만 강은 소리가 없다. 사람들이 가파른 삶의 시름을 풀어놓아도 강은 침묵할 뿐, 새벽에 안개 한 개비를 피워 물거나 해거름에 노을을 말아 불을 붙이기도 하지만 영 말이 없다. 이 시에서 강물의 이미지는 긴 생각을 온몸에 괸석모도 보문사 와불이 연상된다. 물의 순환이라는 수행 끝에 강은 어떤 심오한 깨달음을 얻을까. 하늘에서 떨어져 억겁의 지층을 빠져나와 인간 세상의 더러움을 포용하며 낮은 곳으로만 흘러온 보시행의 끝은 너른 바다에 이르는 것이다.

오염된 강이, 불교의 6자 진언(옴 마니 반메 훔)(hum)’ 의 의미처럼 더러움을 벗어나 스스로 청정한 세계에 다다르길 바라는 건 자연의 최대소비자인 인간의 욕심일까.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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