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084 사설
다시 생각하는 ‘작은’ 민주주의
기후위기, 저출생 시대의 지속가능성
아직 불볕더위야 남았지만 하지가 지나면 해가 짧아진다. 6월이 끝나면서 한해의 절반이 지난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지사(志士)들이 고초를 겪었고, 독립 이후 나라를 새로 세우면서 민족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 후로도 국토를 지키기 위해 희생이 잇달았다. 선열(先烈)을 추모하고 다시 새기는 6월이다.
한편으로 6월은 민주주의의 달이다. 군부 독재를 끝내고 대통령 직선제의 선거제도와 그에 따르는 대통령 중심의 정치, 경제, 사회적 운영방식, 즉 87체제가 만들어진 것도 6월항쟁의 성과이다. 평화로운 정권교체는 사회의 활력을 주었지만 비선(秘線)정치와 계엄 같은 권력의 남용으로 탄핵해야 하는 혼란이 잦아질수록 심해지는 정치적 편향은 사회적 분열을 넘어 대결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얼마 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모처럼 안심하고 숨 돌릴 수 있었지만, 희망을 품기도 하지만 앞날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지도부가 알뜰하게 구성되어 우리 민족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기를 바란다.
종잡을 수 없는 미국의 관세 압력과 무력시위로 우리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되었던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균열이 생겼다. 세계적 불확실성에 우리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저출산 고령화의 길을 최첨단으로 걷고 있다. 욕구를 다 채워주지 못하는 경제는 청년의 은둔, 약자의 고립, 무차별 폭력으로 위험사회에 빠져들고 있다. 이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지금의 체제로 극복할 수 없다면 개헌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갖춰보자는 것이다.
9월 15일은 세계 민주주의의 날이다. 국제의회연맹(IPU)이 1997년 카이로에서 ‘민주주의는 인권 존중, 법치주의, 정치적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며 ‘모든 시민은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이를 실현하고 존중하자고 ‘세계민주주의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지난해 9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주의 토크콘서트’를 열었는데, 이날 최태현 서울대학교 교수는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때는 계엄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하고, 조기대선을 준비하지 않는, 그렇다고 이 답답한 위기감을 감내하기는 어렵던 때였다.
최태현 교수는 대의제, 엘리트주의, 기술관료제의 한계 등 민주주의 위기를 진단하고 ‘다르게 상상하고 ’다르게 출발하라’고 했다. 대안으로 권력을 잡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공간에서 적은 자원으로 작은 사람들이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은 공(公)’의 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작은 공(公)이 사회 곳곳에서 생겨나고 연대할 때 절망하지 않는 이들의 민주주의로 거듭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것을 ‘공존’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개성이 존중되고 배제하지 않는 사회가 기후위기, 저출생의 위기에 대응력을 가지는 지속가능 사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