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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해도 5월은 사랑 -노원신문 1078호 사설 

악은 우리를 지배하지 못한다

기사입력 2025-04-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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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신문 1078호 사설 
4월은 잔인해도 5월은 사랑

악은 우리를 지배하지 못한다

매화부터 시작해서 아득히 멀던 남쪽의 봄소식이 이제는 우리 주변에 만개했다. 문을 열기만 하면 집 앞에도, 거리에도, 저기 보이는 동네 앞산에도 꽃축제가 한창이다. 언뜻 부는 바람에, 짓궂은 봄비에 화라락 떨어지기도 하지만 단단한 결실을 맺겠다는 아름다운 약속이니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시인 엘리어트는 이런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지난 계절의 전쟁은 우리를 풀 한 포기조차 기대할 수 없는 황무지로 내몰았고, 구호가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은 허망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영혼이 굶주린 우리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로마 가톨릭교회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향년 88. 평생을 폭력과 불평등에 대해 권고하며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시선은 늘 낮은 곳에 두었다는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도 활동을 멈추지 않은 가난한 이들의 성자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이 증오를 이겼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진리가 거짓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복수를 이겼습니다. 악은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끝까지 남아 있겠지만,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합니다.”며 강론하였다.

우울증 환자는 2~3월에 가장 많고, 자살률은 4~5월이 가장 높다. 동지를 지나 일조량이 많을수록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져 우울증도 사라져야 하는데, 그렇질 않다. 계절은 더없이 화려해지는데 자신만 초라한 거 같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인가구의 우울증은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독거노인의 우울은 수명을 단축한다. 놀랍게도 9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불안장애 건보료 청구 건수는 202015407건에서 지난해 32601건으로 2.16배나 늘었다고 한다.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세상을 밝힐 미래세대들조차 고통받고 있다.

곪은 건 살 안된다. 잘못 건드려서 덧나 흉터가 될 수도 있고, 잘 짜내서 새살이 돋을 수 있다. 왜 봄인가. 소생할 수 있는 햇살과 바람, 그리고 무수한 꽃들의 향기가 있다. 공원을 산책하며 음악을 듣던 행복한 기억이 다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한 일인지 알면 기적이 일어난다. 사랑은 힘이고, 버티는 원동력이다. 누구나 외롭고, 모두 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 서로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웃어주자.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자.

송이채 툭 툭 떨어지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또 읽고 있는가?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을까?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진한 향기로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이제는 절망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다. 5월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와 그들과 나의 어버이, 선생님께도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한다.

 

78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