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숨쉬기 좋은 공간 숨숨
나에게, 우리에게, 세상에 편지쓰기 캠페인
언제나 전화주세요 ☎1577-3647
지친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며 마음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그곳에서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나’의 존재를 찾는 공간. 청년들이 숨쉬기 좋은 공간 숨숨이 5월 2일 11시에 이웃들을 불러 개관식을 한다.
공릉보건소 옆 건물 3층에 마련된 숨숨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온 최덕호, 윤정희 부부가 마음을 열어 만든 공간이다.
“3년 전, 22년 5월 2일 사랑하는 조카가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에 가족들은 큰 절망과 슬픔에 빠지고 말았고,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어요. 우리 사회는 젊은이에게도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없는 너무나 각박한 세상인 거죠. ‘우리가 젊은이들을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공부만 하던 젊은이들이 폭넓게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삶을 객관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여유가 절실해 보여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 조카가 김수민, 친구들은 ‘김숨’이라고 불렀어요. 조카의 이름을 딴 도서관입니다.”
최덕호, 윤정희 부부는 청년들이 많은 가성비 좋은 지역을 찾아 공릉동까지 오게 되었다. “교회 자리가 나와서 살펴보러 왔는데, 마침 거리에서 과기대 청년들이 몰려서 내려오고 있는 걸 보고 여기다 생각했어요.”
공릉동으로 이사까지 와서 두어 달 혼자 공간 꾸미기를 하고 있었는데, 멀리 전주에 사는 지인이 노원사람을 한명 소개해 주었다. 소개를 받은 둘레길모임의 박경희님이 도서관을 만드는 부부에게 필요한 책을 모으자고 마을공동체에 알리면서부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병호 즐거운극단 대표가 공릉동꿈마을과 함께 팔을 걷고 나섰다. 여기저기서 책을 보내줬고, 화랑도서관 일촌 봉사자들이 라벨링도 도왔다.
한창 준비 중인 어느 날 취업준비생 청년이 “공릉동은 대학가인데 제대로 된 문화공간이 하나도 없다는 푸념을 했었는데, 여기는 어떤 곳인가요?”하며 찾아왔다. 첫 손님이었다. 그 친구가 자주 와서 ▶아무나 오는 것은 싫으니 회원제로 하자 ▶미팅룸은 골고루 이용할 수 있게 예약제로 하자 ▶공짜음료도 부담되니 자판기를 설치하자 ▶여학생이 있으니 무릎담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서 반영했다.
숨숨도서관은 ‘숨 쉬는 우체통’을 운영한다. 나에게, 누군가에게, 또 세상에 고민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편지를 직접 쓰는 것이다. “꼼꼼히 읽어보고 답장이 필요하면 답장을 써주고, 또 공개를 원하는 편지는 같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우체통은 원래 교회의 헌금함이었는데, 우리 청년들이 간절한 마음을 하늘에까지 전달할 것 같다.”
또 하소연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땐 ☎1577-3647로 전화도 해도 된다. 최덕호, 윤정희 부부는 교사 출신으로, 영어학원도 운영했고, 기숙사 대안학교도 운영하면서 늘 아이들의 성장을 도운 선생님이다. “자기가 정말 힘들 때 그 순간 누군가 얘기 들어주면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잖아요. 이 전화가 그런 소통이 되길 바라요.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하면 또 연결할 수 있는 길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숨쉬기 좋은 공간 숨’숨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마을이 함께 꾸며가는 인연들이 필요하다. 운영봉사자, 후원자들의 이야기도 커피향만큼이나 깊어질 준비를 마쳤다. 최덕호, 윤정희 부부는 “이제 청년들이 자기 발로 찾아올 수 있는 매력 있는 공간이 돼야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5월 2일 개관식이 그 출발신호가 된다.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