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산 이야기
횡성 태기산 눈꽃산행
눈부신 설경, 상쾌한 공기, 편안한 산책
겨울철 눈꽃 산행지로 손꼽히는 곳이 많은데, 특히 덕유산은 곤돌라를 이용해 정상을 쉽게 오를 수 있어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발왕산에는 관광 케이블카가 있는데, 예약해도 주말에는 대기시간이 길다.
태기산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겨울 산이다. 그러나 겨울이면 웬만한 국내 명산 못지않은 경치를 자랑한다고 하여 계획을 하였다.
태기산(泰岐山, 1,262m)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의 경계이다. 본래 덕고산으로 불리었으나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이곳에 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하여 싸우던 곳이라 하여 태기산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태기산 기슭에는 한때 많은 화전민이 마을을 이뤄 번성해 전국 제일 고지대인 ‘태기분교’가 있었다. 하지만 화전민의 몰락으로 현재 폐교하였다.
버스에 올라 서울을 벗어나자 탁 트인 풍경이 시원하였다. 청정지역 강원도에 들어서자 횡성이다. 횡성의 대표적인 특산물로는 한우와 안흥찐빵 등이 있다.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 들머리인 양구두미재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은 별도로 없어 도로변에 차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양구두미재는 횡성군과 평창군을 연결하는 고개로 태기산의 8부 능선에 위치하며 고도가 대관령(832m)보다 높은 해발 980m이다. 양구두미(兩邱頭尾)는 한쪽은 머리고 한쪽은 꼬리가 되는 두 곳이 만나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횡성과 평창의 끝과 시작이 되는 곳이다.
차에서 내리니 신선한 공기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등산로는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넓었다. 조금 올라가니 나무마다 가지에 새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며 설국이 되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진 설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왜 이런 곳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서서 바람개비처럼 돌고 있었다. 날개는 ‘위이잉 위이잉’ 큰소리를 내며 도는데 그 규모가 어찌나 큰지 가까이 다가가기가 두려웠다. 날개에 쌓였던 눈덩이가 큰 소리를 내며 떨어져 당황하였다. 등산로에 풍력발전기와 비슷한 소형 조형물 수십 개를 설치해 흥미를 끌었다. 풍력발전기와 눈꽃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였다.
쌓인 눈을 밟으며 걷는데 연신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들려 상쾌하였다. 멀리 탁 트인 조망을 보니 첩첩이 쌓인 많은 산들이 순백의 세계였다.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중간쯤 올라가니 정상부 전체가 바로 눈앞에 아른거렸다. 정상에는 통신 안테나가 대여섯 개 우뚝 솟아 있었고, 송신소와 군부대가 있어 오를 수 없었다. 이름난 산들이 송신소나 군부대로 정상을 갈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상부 아래에 태기산 정상석이 있다고 하는데 시간상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 되돌아갔다. 태기산은 등산한다기보다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눈꽃을 구경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등산로가 완만하고 넓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눈꽃을 즐길 수 있는 산이었다. 눈꽃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라 얼음꽃인 상고대도 만날 수 있다. 겨울 산으로 태기산이 명소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산악회에서 12월에는 산행 후 송년회를 한다. 주변 식당으로 가서 식사와 여흥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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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