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산 이야기
강촌 봉화산 첫눈
하룻밤 사이 백색으로 덮인 북한강 마을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뉴스를 보니 11월 기준으로 관측 사상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했다. 첫눈을 즐기러 산행을 마음먹었다. 경사가 급한 산은 위험하니 걷기에 편한 산을 찾았다. 강촌에 있는 봉화산이 떠올랐다. 산이 완만하여 가족 등산코스로도 좋은 곳이다.
강촌리의 지명은 북한강 강가에 있으므로 물께말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됐다. 강촌은 과거 대학생 MT 장소로 유명했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는 관광객 감소로 지역 경기가 침체하고 있다. 봉화산(烽火山)은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520m이다. 조선시대에 봉수대가 정상에 있어 봉화산이라고 부르나 지금은 봉수대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눈꽃맞이 산행의 들뜬 마음으로 상봉역에서 전철을 타고 강촌역으로 달렸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온 세상이 백색으로 덮여 버리다니 믿기지 않았다. 쌓인 눈 사이로 파란 북한강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강촌역에 내려 마을 풍경을 바라보니 마치 동화 속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에 우뚝 솟아있는 산은 삼악산(三岳山, 654m)으로 정상 밑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한다. 등산코스는 강촌역-봉화산-문배마을-구곡폭포-강촌역, 거리는 약 13km, 소요시간은 6시간이다.
등산로는 눈이 많이 쌓여 상당히 미끄러웠다.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디뎠다. 나무들은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축축 늘어져 있었다. 등산로는 다행히 앞서간 사람들이 있어서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등산화 속으로 눈이 자꾸 들어가 신경 쓰였다. 눈을 막아주는 등산스피치를 안 가져온 것을 후회했다. 옷도 얇게 입고 왔는데, 바람이 세서 추위를 느꼈다. 11월이라 겨울 등산 준비에 안이한 생각을 했다.
앞서가던 등산객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춘천 시내에 사는데 가끔 등산한다고 했다. 눈으로 덮인 등산로를 찾아서 가는 것은 평소와 달리 어려웠다. 결국은 크게 넘어졌으나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나무 막대기에 정상임을 표시하여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 때문에 주변 조망도 별로 없어 인증사진을 찍고 곧바로 하산했다. 하산 길은 가파르고 미끄러워 조심했지만 또 넘어졌다.
어느 정도 내려가니 문배마을로 들어가는 인도가 나타나 한숨을 돌렸다. 평탄하고 넓은 길이라 아름답게 핀 눈꽃을 감상하며 여유 있게 걸었다. 언덕을 넘으니 문배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다. 평화롭고 한적한 산속 마을로 200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됐다. 이 지역에 자생하는 문배나무가 있었고, 마을의 생김새가 배 형태라 문배라 하였단다.
마을의 대부분은 산채비빔밥, 손두부 등을 파는 토속음식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업이 잘 안되는지 폐업을 한 식당이 있고 매물로 나온 집도 있었다.
마을 아래에 아담한 연못이 있고 분수대를 설치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의 물이 흘러 구곡폭포를 이룬다. 구곡폭포까지는 약 40분 거리이다. 등산로에 커다란 소나무 2그루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있어 안타까웠다. 날씨가 매우 춥지만 계곡물은 얼지 않고 바위 사이를 소리 내며 흐르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거대한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기암괴석을 타고 흘러내려 장관을 연출했다. 한겨울에 폭포가 얼면 볼거리를 제공하고 빙벽 등반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폭포에서 매표소까지는 완만하고 숲과 계곡이 어우러지는 편안한 산책코스였다.
네이버밴드 명산300도전 산이야기
https://band.us/band/92912589
김재창 ☎010-2070-8405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