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이자 안내서 『미주 한인 동포사회의 발전과 도전』
이상규 전 미주한인회 서북미연합회장, 노원에 기증
반성의 고독한 시간이 지나면
매인토우팍 교회의 주일 예배 종소리는
나를 깨운다.
어린 날, 언제나 정다웠던 그 믿음과 안정된 느낌으로
나를 어루만졌던 상계동 교회 종소리로...
- 이상규 시 -「시민권 신청하던 날의 스케치」 중에서
상계동 아이가 자라 미국 한인 동포사회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이상규(64세) 전 미주한인회 서북미연합회장은 상계3·4동 172번지(현 상계대림아파트)에서 상계초와 재현중을 졸업했다. 30살에 미국으로 떠나 타코마시 32대 한인회장을 거쳐 올해 3월까지 6년간 11, 12, 13대 미주한인회 서북미연합회장을 연임했다.
이상규 전 회장은 임기 동안 한인회 이사와 임원이 모두 모이는 2018년 5개주 10개 한인대회를 최초로 개최했다. 그리고 대형프로젝트도 실행했다. 출판위원장을 맡아 1903년 하와이 이민을 시작으로 120년 역사에 빛나는 미주한인회 발자취를 총망라, 집대성한 서적을 발간한 것이다. 2021년에는 366쪽짜리 『미주한인회, 동포사회의 발전과 도전』을, 23년에는 487쪽짜리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 『미주 한인 동포사회의 발전과 도전 1903-2023』을 발행했다.
이상규 전 회장은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 확립과 한인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한인회의 의미있는 활동 내용들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이 책이 불쏘시개가 되어, 후세를 위한 한인 이민의 역사가 꾸준히 기록으로 남겨졌으면 하는 바람이 책 출판 목적 중의 하나”라고 밝혀놓았다.
두 서적 모두 ‘책은 지식과 경험의 총화다.’라는 정의를 입증한다. 4년여간 준비해 21년 발간한 첫 책에서는 ‘미주한인회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앞에 실었다. 문은배 스포켄 한인장로교회 목사는 한인들의 사회생활의 중심지였던 한인교회가 1990년대 이후 한인 사회구성의 다변화, 비종교화, 고령화, 저출산, 이민자 급감, 교회의 세속화, 사회 관계망 발달 등의 사유로 교회가 공동화가 돼가고 있다며 “교회 본연의 모습과 본질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현실에도 부합하는 논문이었다. 송명수 KBS-WA 문화예술사업단 단장은 ‘뒷광대의 문화 엿보기’라는 글에서 “비대면 문화활동은 날생선을 먹은 것이 아니라 생선 통조림을 먹는 것이다.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예술〈문화〈문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달견을 밝혔다. 조기승 부회장은 남의 집에 얹혀산다는 의미의 ‘교포’ 대신 ‘동포’라고 써야 한다며 영주권 획득방법 등을 기술했다. 강대호 오레곤 한인회장은 ‘재외동포 비자’ 라는 글에, 교통사고 시 “미국에서는 대부분 차량에 블랙박스가 장착되지 않아 사고 상황을 증명하기 어려우니 경미한 사고라고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다. ” 등의 긴급상황 대처매뉴얼을 실어 후배이민자들에게 조언했다. 미주한인회 8개 광역연합회에 대한 소개도 실어 미국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지침서로서도 충분조건을 갖췄다.

23년 발간한 책은 ‘역사서가 곧 안내서’인 점에 충실했다. 처음에 120년간의 미주 이민 역사를 실어 독자가 과거와 대화하도록 했다. 미주한인회와 사회단체 및 인물에 대한 소개도 비중 있게 다뤘다. 서은지 주시애틀 총영사는 “한인들의 미국사회 내 성장과 한미관계가 상응하는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한인 커뮤니티는 한미관계 발전의 시금석”이라며 굳건한 발전을 기원했다. 이정실 워싱턴 정신대 문제 대책위원회 이사장은 ‘워싱턴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를 꾸려 위안부 캠페인을 벌여 2007년 연방국회에서 ‘결의안12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등의 과정을 기술했다. 윤혜성 시애틀 벨뷰 통합 한국학교 교장은 고학년이 줄어드는 한국학교의 운영방식 전환 필요성에 관해 언급했다. 이 외에 기념 시와 수필에도 지면을 더 할애해 낯선 곳에서 치열하게 생존해온 동포들의 실존의식과 갱엿처럼 붙어 있는 향수를 느끼게 했다.
밤마다 서성이고 잠을 견디는 것 말고 방법이 없었다
별일 없이 떠서 서둘러지는 해를 쫓아
종일 빈 들을 가로질렀다
삼각형의 건실한 소나무만이
꽉 찬 그림자로 해를 배웅했다
잔설은 춥고 외진 곳만 골라 질기게 버티고
어린 것들은 어두운 곳에서도 불쑥불쑥 눈을 틔워 냈다
그 눈에 눈을 비비며 몇 번이고
그림자를 고쳐 세웠다.
-윤석호 시 「어느 해 겨울」 중에서
이 책들은 곧 노원구립도서관 장서로 등록돼 노원구민들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