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김영필 제2회 목공예 전시회
50년 외길, 혼이 담긴 고품격 도마
‘훌륭한 작가는 머리보다 손이 먼저 한다.’고 한다. 반세기 공예 인생, 선산(善山) 김영필 작가의 손은 나무껍질 같다. 그러나 상처 많은 그 손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매끈하기 그지없다. 인덕공고 공예과에서 나무를 만나고 인덕대 공예과에 진학한 후 68세가 되기까지 나뭇결과 살결을 맞바꾼 세월이 자그마치 51년이다.
혼과 열정을 목공예에 쏟으며 살아온 김영필 작가가 지난 6월 12~15일 상계예술마당에서 제2회 목공예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8년 첫 전시회를 연 지 6년 만이다. 1회 전시회가 소목장으로서의 고가구전이었다면 이번 전시회에는 도마가 추가됐다. 코로나19로 홈쿡(Home Cook)이 유행하면서 주방도구도 고품격 선호가 늘었기 때문이다.
김영필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자연미. 인위보다 나무의 생긴 그대로를 좋아한다. 우리네 고생스러운 삶을 닮은 듯싶기 때문이다. 나뭇결이 살아있는 도마도 맨손작업으로 태어난다.
“나뭇결을 느끼기 위해서는 장갑을 끼면 안 된다. 도자기 만들 때처럼 손으로 해야 고운 나뭇결을 표출할 수 있다. 코코블루나 파덕나무 같은 독한 나무들로 피부도 손상되고 염증도 생긴다. 인공지능처럼 세상을 머리가 지배한다지만 손 없는 위대한 업적은 없다. 곡선미가 기계로 나올 수 없다. 나무마다의 특징, 나뭇결의 숨결과 활기를 작품에 표현하려고 했다.”
작품의 품격에는 소재도 한몫한다. 김영필 작가가 가장 아름답다고 꼽는 나무는 유창목으로 녹색빛을 띠며 단단하고 묵직하다. 보랏빛의 퍼플하트나무는 습기에 강하고 쓸수록 색이 밝아진다고 한다. 전시작품 중 느티나무 도마는 무늬와 색이 수수하고 아름답다. 400년 된 느티나무 속을 파내 만든 등과 200년 된 호두나무 등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귀한 소재인 참죽나무 도마는 옅은 밤색이고, 검은빛의 흑단나무 도마는 쓸수록 색이 진해진다고 한다. 올리브나무로 상판을 만든 재봉틀은 개장하자마자 팔렸다. 향나무로 만든 큰 도마는 ‘식객’ 허영만 만화가가 주문한 작품이다.
“목공예는 나무를 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강원도며 경기도로 발품을 팔아 고급 원목만 보면 산다. 그리고 아침마다 물을 뿌려 말리기를 1년 반복한다. 목재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담 없이 좋아하는 색은 느티나무나 살구나무 도마색이다. 한지 장판에 공댐을 한 것 같은 엷은 밤색인데 질리지 않는다.”
김영필 작가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귀한 나무도 아끼지 않는다.
“도마의 기본 크기가 25×45cm라 2m 40cm짜리 판재에서 5장 정도 나온다. 나는 거기서 2, 3장만 만들고 남는 나무는 사은품용 미니도마, 달걀 트레이, 주걱 등을 만들거나 수강생 실습용으로 쓴다. 안 좋은 부위로 하면 내가 너무 없어 보인다.”
가장 만들기 힘든 작품은 장승이다. “장승은 깎을 때 격식이 있어야 한다. 나무에 토착신앙을 각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벽조목에 막걸리를 뿌리고 하루 정도 오색실을 묶어 놓고 목욕하고 칼 갈고 망치질을 한다.”
주요 전시작인 고품격 도마 이외에도 인두로 달마대사와 연꽃을 그린 층층나무 시계, 칠보공예를 더한 코코블루 목걸이, 향나무로 만든 솟대 등도 관람객을 맞이했다.
“정성과 애정을 쏟아 작품이 탄생하면 형용할 수 없이 뿌듯하다. 돈으로만 따지면 이 일을 못한다. 나무에 미쳐야지 맨정신으로는 힘들다. 전통공예기법은 너무 고생스러운 작업이라 배우려는 후배들이 없지만, 나만이라도 원목의 아름다움을 홍보하기 위해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전시회를 못 본 분들을 위해 김영필 작가는 네이버 ‘노원필공방’과 인스타그램 ‘@WOOD_STUDIO_PIL’, 마실건물(노원로 412) 3층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김영필 작가 ☎010-2920-2728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